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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여름 Sep 10. 2024

항해

푸른 시

해가 미처 떠오르지 못한 푸른 새벽
검은 옷의 사내들이 중얼거린다
저 작은 방에
물에 젖은 채 웅크린 사내가 있다
나는 저 남자를 안다

그의 피부는 차가웠고 장님이었다
고향은 망망대해라서, 비린내가 났다
그의 동공엔 석양이 있었다

그가 말하길
그 화려한 빛을 쬐기 전엔
자신이 그렇게 차가운지도 몰랐으며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마음 급했던 그는 석양을 눈에 집어넣었고
다신 앞을 볼 수 없었다

푸른 방에 정착한 그는
언제라도 떠날 듯 문고리를 만지작거렸다
그 문 너머는 칠흑의 바다
여길 떠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간다는 것

그는 자신의 눈을 파버렸다

다시 따뜻해지기 위해

한 번 더 빛과 만나려
항해를 나섰다

저 멀리 떠난 그가 파도에 침식하는 모습을
사무치도록 지켜봤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이를 악물며 지켜보았다

그 청금 같은 방에 햇빛이 찾아왔다
검은 옷의 사내들이 침묵했다


사인은 익사
그는 자신의 방에서 거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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