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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여름 Oct 10. 2024

더 이상 바라지 않을 날들을

파란 시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사랑을 잊고 잃기 위해

그 사람에 대해 빽빽이 적었지

그 사람 생각하지 않겠다고

괜찮아질 때까지 적었지


미려하게 흔들리는 붉은 머리카락

작고 날카로운 눈매

옹졸하고 귀여운 입술

춤을 출 때의 손목이 꺾이는 방향

시시하고 야한 농담들을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사랑을 하고 옆에서 잠들고

같이 춤을 추고 발이 엉켜 넘어지고

미래에 대해 얘기하다 주름이 지고

서로의 발자국을 남기고 지워지는 걸 바라보기를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너에게 할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나. 끝내 잃어버렸네

끝내 떠오르지 못했네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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