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있지만, 글이 없다.
아마도 그림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글쓰기엔 자신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일 것이다.
잘 못 하는 것은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요즘 아이들 방학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핑계를 대볼까…
더구나 이번 여름방학은 길——다. 학교 바닥공사와 문교체 등등으로 개학이 9월 말 이란다.
대신 겨울방학은 짧다(10일). 습하고 무더운 여름 내내 아이 둘과 부대끼며 지내기란 쉽지 않다.
둘째는 학원도 다지니 않아서 나의 그림자나 다름없다. 아, 그래도 그림자는 어두운 곳에서는 나를 놔주는데…
식구들이 잠든 야심한 밤 혼자 깨있는 시간.
창문 틈으로 풀벌레 소리와 고속도로 자동차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어오고 있다.
하루 중 이 시간을 간절히 기다려 왔건만, 무엇을 기다린 걸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이 먼저 찾아와 나를 에워싼다.
무력감과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오늘 쓴 글을 서랍 속에 넣어놓지 않아야지 ‘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하루 종일 어딘가에 숨어 있던 내가 찾아왔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그동안 자신 없어했던 글을 쓴다.
‘발행하시겠습니까?’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