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도 유행을 타나요?
건강기능식품도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탄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건강기능식품도 유행을 탑니다. 아니,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시기별로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건강기능식품이 다르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은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의 문화, 쟁점, 관심을 반영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어요.
오늘은 건전지와 함께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의 변천사를 간단히 되짚어 보는 시간여행을 해봐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의 효시는 종전 직후인 1956년 ‘서울약품공업’ 사에서 출시한 ‘원기소’라는 제품이에요.
원기소는 발효한 보릿가루에 소화효소를 섞고 다량의 식이섬유를 넣어서 만든 영양보충제였답니다. 첨가된 효소 분말에는 약간의 유산균과 함께 아밀레이스(Amylase; 탄수화물 분해효소)와 프로테아제(Protease; 단백질 분해효소)가 다량 함유되어 소화 촉진 및 식욕 증진의 효과가 있었어요. 또 주원료인 보리 자체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이섬유와 베타클루칸이 변비 예방 효과를 냈죠. 맛도 꽤 좋아서 주성분인 보릿가루의 고소한 풍미 속에 감도는 시럽의 달콤함이 일품이었답니다.
원기소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보충해주며 1970년대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한국이 아직 후진국일 때 먹거리가 부족했던 상황이 반영된 것이죠.
당시 원기소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1969년을 배경으로 한 유명 만화 ‘검정고무신’ 에 원기소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예요. 주인공인 기영이는 엄마가 외출한 사이 몇백 알이나 되는 원기소 한 통을 전부 다 먹어 치우고 나서 후회한답니다.
당시의 어린이들도 기영이처럼 원기소를 아주 좋아했어요. 아마 입 안에 넣으면 약 내음 대신 달콤한 맛과 구수한 풍미가 났던 덕분일 거예요. 그래서 나이 지긋한 어른들 중에는 아직도 원기소와 함께 했던 추억을 간직한 분들이 많답니다.
1970년대 들어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건 주로 영지버섯, 인삼 같은 천연 약초 추출물이었어요. 지금까지도 판매 중인 일양약품 사의 ‘원비-디’ 가 바로 1971년에 출시된 제품이랍니다.
원비-디 드링크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인삼 성분 함유 드링크예요. 일양약품은 1962년부터 ‘원비정’ 이라는 비타민제를 팔고 있었는데, 이것에 인삼 추출물을 섞고 당시 업계의 최신 트렌드였던 액상형 드링크로 바꿔서 내놓은 상품이 바로 원비-디였어요.
원비-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삼의 효능을 내세워 피로 회복과 자양강장에 효과적이라고 광고하면서, 한편으로는 당대 최고의 스타 최불암 씨를 CF 모델로 기용해 대히트를 쳤어요. 이후 일양약품은 1986년에 국내 최초의 영지버섯 드링크 ‘영비천’ 을 출시해 한번 더 히트를 치면서 명실상부한 메이저 제약사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건강기능식품의 인기는 1980년대에도 무척 뜨거웠어요. 당시에는 유명 연예인의 광고에 힘입어 상어 간에서 추출한 스쿠알렌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죠.
이어진 1990년대에는 급격한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성인병, 특히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해요. 이것이 사회문제로 보도되면서 키토산, 감마리놀렌산처럼 혈액순환에 좋다는 제품들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죠.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과장 광고나 가짜 광고가 늘어나 대중의 피해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답니다.
이에 정부는 그때까지 식품위생법 계열의 ‘영양식품’ 제도로 관리하던 건강기능식품 관련 업종을 1989년부터 별도 제도로 분리해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점차 발전하기 시작한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2000년대 들어 비로소 법제화라는 결실을 맺게 된답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역사상 최초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이 제정(2002. 8) 및 공포(2003. 8) 되면서 비로소 현재와 같은 국가 주도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관리 체계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IMF 직후라 내수 경기 전체가 얼어붙어 있던 당시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침체기였어요. 그래서 이때는 90년대의 풍조가 그대로 이어져 인삼 • 홍삼 원료 제품에 더하여 기본 영양소를 보충해주고 성인병 예방을 돕는 클로렐라, 감마리놀렌산 성분 등이 계속 유행했답니다.
그러다 웰빙(well-being) 열풍이 시작면서 주로 자연 친화적인 건강기능식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질병 예방이나 건강 관리에 좋다고 알려진 아사이베리, 녹차 등에서 유래한 천연 추출물 원료 제품들이 유행했죠.
2010년대에는 건강기능식품의 소비자층은 물론 제형, 원료까지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여요. 우선 체지방을 분해한다고 알려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 여성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장 건강을 돕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이 시기부터 성장세가 가파르답니다.
한편 키즈 영양제 시장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젤리나 액상 형태 제품이 인기를 끄는 등 건강기능식품의 제형이 다양해졌어요. 캐러멜 형태의 영양제 ‘텐텐츄정(한미약품)’, 달콤한 맛의 홍삼 드링크 ‘홍이장군(정관장)’은 이때 처음 출시해 지금까지도 판매 중인 인기 상품이에요.
2009년의 신종플루와 2015년의 메르스 역병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여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까지, 최근의 15년 동안에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드문 전염병 확산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져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시죠.
때문에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인삼• 홍삼 기능성 원료 제품들이 다시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답니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거친 지금, 인삼 • 홍삼 원료 제품들은 이제 사시사철 꾸준히 소비되는 업계 최고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은 듯 보입니다.
대중의 관심사는 이제 건강 증진, 질병 예방에 그치지 않고 미용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확장하는 중입니다. 피부에 도움을 주는 콜라겐,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글루타치온 제품, 그리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체지방 감소 기능성 제품들이 업계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는 중이죠.
극히 최근에는 ‘멘탈 케어’ 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 수면 보조 효과를 지닌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는 중이랍니다. 또 스마트폰 사용 급증에 따른 시력 약화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루테인 등의 눈 관련 건강기능식품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어요.
이렇듯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동향은 꽤 정확하게 시대상을 반영해요. 그래서 어떤 건강기능식품이 유행하는지 그 추세를 살펴보면 장차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답니다. 참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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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출처
[1]사진출처 네이버카페 그때를 아십니까 https://cafe.naver.com/mamj8836/17727
[2]”인삼의힘”, 1981년 1월 08일 석간 12면 지면광고 발췌, 출처 동아디지털아카이브
[3] “元肥(원비)드링크快調(쾌조)! ”1971년 10월 15일 경향신문 전단광고,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4]”원비의힘 천하제패” 1990년 3월 13일 석간 12면 지면광고 발췌, 출처 동아디지털아카이브
[5] “가짜 만병통치약, 단순 건강보조식품을 허위 과장광고 해 적발” 1998년 7월 16일 9시 뉴스, 출처 KBS
[6] “웰빙 열풍 확산” 2004년 4월 3일 6시 뉴스,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