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희귀질환의날 기념 희귀병 IPF 특집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이 ‘세계 희귀질환의 날(Rare disease day)’ 이란 걸 아시나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 6,000종 이상의 희귀질환이 존재하고, 그 환자 수를 전부 합치면 인류의 약 5퍼센트인 3억 명이나 된답니다. 희귀질환으로 불리는 병들은 그 이름처럼 개별 환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대부분 관련 연구가 잘 되어 있지 않고 치료제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진단을 받는 데만도 평균 4~5년이 걸려 환자와 가족들은 막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에 고통받고 있어요[1].
이번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필톡은 희귀병을 둘러싼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한국의 희귀질환 현황과 함께 그 대표로 특발성 폐섬유증(IPF)을 알려드리려 해요!
‘희귀질환’은 나라별로 독자적인 정의를 내릴 수 있어서 범위와 의미가 제각각이에요. 우리 나라에서 ‘희귀질환’ 이란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 중 「희귀질환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지정 • 공고된 질환을 말해요[2]. 2023년 기준 최신 자료에 의하면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은 총 1,248개이고, 모두 합쳐 약 5만 6천 명의 환자가 있답니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서 가장 진료실 인원수가 많은 희귀병은 폐가 서서히 굳는 ‘특발성 폐섬유증’이에요[3]. 지금부터 특발성 폐섬유증의 증상과 원인, 치료제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약물상호작용을 간단하게 알려드릴게요!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이하 IPF)은 원인 불명의 이유로 폐가 서서히 굳는 만성질환으로 50대 이후 노년기 남성에서 주로 나타나요. 전 세계적으로 약 500만 명의 환자가 있는데, 우리 나라에는 2021년 기준 약 1만 8천 명 가량의 환자가 존재해요.
이 병을 앓는 환자는 호흡 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뤄지는 폐포 조직이 점점 두껍고 딱딱해지며(*이를 ‘폐섬유화’ 라 해요) 폐에 벌집 모양 공동(空洞)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능이 저하해요.
IPF는 어째서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요. 그래서 완치가 어렵고, 예후도 나빠 진단 이후 평균 3년 안에 사망하는 난치병이랍니다[4].
발병 초기에는 마른 기침과 흰 가래가 발생하는 등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착각하기 쉬워요. 그러나 감기가 몇 주 내로 낫는 것과 달리, 폐섬유증은 수년에 걸쳐 악화하다 사망에 이르게 되는 만성질환이랍니다.
환자는 피로와 호흡 곤란, 체중 감소, 심한 경우 저산소증까지 경험하게 돼요. 한편으로 폐암, 폐동맥, 고혈압 같은 합병증의 위험도 크답니다. 그리고 손발가락에 곤봉지(棍棒指; Clubbing) 라는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요.
폐질환을 앓는 환자 중에는 왼쪽 그림처럼 손발톱 뿌리부터 끝까지 부어올라 마치 손가락이 곤봉 끝처럼 뭉툭하게 변형된 분이 많아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의학계에서는 폐손상으로 인한 만성 저산소증이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추정이 유력하답니다[5].
지금부터 간단한 손가락 동작으로 나의 폐 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일명 "샴로스의 창문(Schmroth’s window)" 이라 불리는 테스트예요.
양손 검지 손톱을 서로 맞대고 앞으로 밀어 보세요. 정상인은 왼쪽 사진처럼 손톱 뿌리 부근 사이에 ◇모양의 작은 틈이 생겨요. 그러나 곤봉지는 이 틈이 나타나지 않는답니다. 대신 손톱 끝이 넓게 벌어져요(*Schmroth Sign).
샴로스 동작을 했을 때 손가락이 오른쪽 사진처럼 되는 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질병 또는 다른 이유로 폐기능이 저하된 상태일 수 있어요. 이런 분은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가까운 의료 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검사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치료에는 폐의 섬유화를 억제하는 항섬유화제(Antifibrotic Agent)인 피르페니돈(Pirfenidone) 또는 닌테다닙(Nintedanib) 성분의 약물을 처방해요. 각각의 특징은 아래 표와 같아요.
이하로 항섬유화제 약물을 복용할 때 조심해야 할 약물상호작용을 각각의 성분별로 알려 드릴게요!
피르페니돈은 2025년 2월 시점에서 유일하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섬유화제입니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피르페니돈 성분 경구 의약품은 피레스파정(일동제약), 파이브로정(영진약품)을 비롯해 4종이에요.
피르페니돈은 CYP1A2라는 효소가 대사하기 때문에, 이 효소의 기능을 변화하는 약물을 병용하면 피르페니돈의 약효에 영향을 미쳐 나쁜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답니다. 그래서 CYP1A2저해제(예: 플루복사민, 아미오다론, 시프로플록사신 등)및 유도제(예: 오메프라졸, 리팜피신) 계열 약물은 피르페니돈과의 동시 사용을 피하는 게 좋아요. 특히 플루복사민을 함께 드시면 위험합니다!
또한 피르페니돈 복용 기간 동안에는 금연이 필수입니다. 흡연을 하면 피르페니돈의 약효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음식 중에서는 자몽 주스를 피하세요.
독일계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닌테다닙(상품명 오페브)은 2016년에 국내에 도입된 최신 신약으로, 작년까지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약값이 무척 비쌌어요. 그러나 폐섬유화 진행을 막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입증됐고, 또 피르페니돈의 최대 단점인 광과민성 피부 부작용에서 자유로워 고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구하려는 분들이 많았답니다.
다행히도 지난 1월, 오페브가 국내 도입 8년만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1차 약제급여평가를 통과했답니다! 덕분에 조만간 약가가 크게 하락해 많은 환자 분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에요.
닌테다닙은 우리 몸에서 P-글리코단백(이하 P-gp)라는 이름의 수송단백질이 몸 밖으로 내보내며 CYP3A4효소로 대사돼요. 그래서 이 둘과 관련된 약물을 함께 사용하면 닌테다닙의 약효가 과도히 증폭되거나 떨어지는 위험한 약물상호작용이 발생한답니다. 따라서 P-gp와 CYP3A4효소의 유도제(예: 카르바마제핀, 페니토인)와 억제제(예:케토코나졸, 에리스로마이신)에 해당하는 약물은 병용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평소 심혈관 질환이나 간질환을 앓고 있는 분은 닌테다닙을 주의해서 사용하셔야 해요. 임상 시험에서 심근경색과 간손상이 나타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또한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와 병용하면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어요. 같은 이유로 오메가3나 은행잎추출물처럼 혈행 개선 효과를 지닌 영양제 역시 되도록 섭취를 피하시길 권합니다!
※혹시 지금 폐질환 치료약을 복용 중이신가요?
아래 링크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약물상호작용을 필톡에게 물어보세요!
참고문헌
[1] Jimin Kim, Jiwon M. Lee. Rare Disease Day. Public Health Weekly Report 2024;17:345-350. https://doi.org/10.56786/PHWR. 2024.17.8.4
[2][3]질병관리청, 2022희귀질환자 통계연보. 2023.01
[4][9][10]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간질성폐질환(ILD)임상진료지침:2023년 1차 개정판. 2023.11.15
[5] Dickinson CJ, Martin JF. Megakaryocytes and platelet clumps as the cause of finger clubbing. Lancet. 1987 Dec 19;2(8573):1434-5. doi: 10.1016/s0140-6736(87)91132-9. PMID: 2891996.
[6] Pallarés-Sanmartín A, Leiro-Fernández V, Cebreiro TL, Botana-Rial M, Fernández-Villar A. Validity and reliability of the Schamroth sign for the diagnosis of clubbing. JAMA. 2010 Jul 14;304(2):159-61. doi: 10.1001/jama.2010.935. PMID: 20628128.
[7] Choi WI. Current and future treatment for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J Korean Med Assoc. 2021;64(4):256-263. doi: https://doi.org/10.5124/jkma.2021.64.4.256
[8] 성새암. 호흡기계 약물: 피르페니돈VS닌테다닙. 대한약사저널 약사공론 2023.01.09[3]. URL: https://www.kpanews.co.kr/academy/show.asp?page=1&search_cate=11&idx=1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