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4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결핵 예방의 날입니다
매년 3월 24일은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에서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World Tuberculosis Day)이에요. 과거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어서, 1954년 경에는 2,000만 인구 중 약 130만 명이 활동성 결핵 환자였고 사망자도 연간 5만 명[1]에 달해 결핵을 ‘국민병’ 이라 불렀을 정도랍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2024년에도 약 1만 8000여 명의 환자가 국내에 존재하고 매년 꾸준히 신규 환자가 발생해, 결핵은 여전히 국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감염병이에요.
이번에는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결핵이 어떤 병인지, 초기 증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하는지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결핵(Tuberculosis)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염병 중 하나입니다. 이미 기원전 약 5000~3000년 전의 이집트 미라에서 결핵을 앓은 흔적이 여럿 발견돼 고대 세계에서도 흔한 질병이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어요[2]. 일부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구약 성경의 신명기 28장, 그리고 레위기 26장에 언급된 “폐병”이 결핵을 지칭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해요[3].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 우리 몸에 들어와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이에요. 폐결핵 환자가 기침을 하면 결핵균이 미세한 침방울에 섞여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이때 주변에 있던 사람이 숨을 들이쉬면 폐로 균이 들어가 전염될 수 있어요.
하지만 결핵 환자와 접촉했다고 해서 전부 다 결핵에 걸리는 건 아니에요.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면역 체계가 잘 작동해 결핵균을 제거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약 30퍼센트 확률로 면역 체계를 뚫고 계속 균이 자라나 감염이 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러나 감염이 됐다고 다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고, 2차적으로 후천 면역이 작동해 병균의 활동을 억제해요. 그래서 감염자의 90퍼센트는 겉으로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결핵감염(Latent tuberculosis infection; LTBI) 상태에 머물러요.
잠복결핵 감염자는 결핵 환자가 아니에요. 감염 검사 결과는 양성으로 나타나지만 기침, 가래 같은 신체적 증상이 전혀 없고, 타인에게 전염시키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중 10퍼센트 정도가 면역력이 약화하면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한답니다. 그래서 우리 보건당국은 잠복결핵감염에도 치료를 권고하고 있어요.
결핵 중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건 폐결핵(Pulmonary tuberculosis)이에요. 그러나 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면 척추, 림프절, 관절, 뼈, 위장관 같은 다른 신체 조직에서도 결핵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를 폐외결핵(肺外結核, Extrapulmonary tuberculosis)이라고 하는데, 결핵균은 공기를 통한 호흡기 감염으로만 전파되기 때문에 폐외결핵의 경우 전염성을 지니지는 않아요. 물론 치료를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랍니다.
초기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아무 이유 없이 가래와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발열, 구역질, 신경 과민, 흉통,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심한 경우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폐결핵의 경우 폐 조직이 균에 감염되면 산소 포화 능력이 떨어져 산소 결핍성 빈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종종 얼굴이 창백해 보여요.
만약 감기나 다른 원인 없이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검사를 요청해 보세요!
한국에서 결핵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걸리면 패가망신하는’ 죽음의 불치병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잘 듣는 항결핵제가 여럿 개발되었고, 표준 약물 치료 요법도 확립되어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는 병이 되었답니다! 지금부터는 이 표준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알려드릴게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1차 치료제는 이소지니아드와 리팜핀입니다. 처음 결핵에 걸리면 보통 이 두 약에 더해 여러 가지의 약제를 함께 복용하는 초치료가 이루어져요.
일반적으로는 4가지 약을 6개월 간 투약하는 표준 요법에 따릅니다. 매일 아침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를 처음 2개월 동안 복용하고, 이어서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을 4개월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이유는 병균이 약제에 내성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한 가지 결핵약만 복용하는 경우, 몸 속 균이 결핵약에 내성(resistance)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치료 실패 확률이 높아요. 반면 작용 기전이 다른 여러 가지 결핵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병균이 한가지 약제에 내성을 획득하더라도 같이 복용한 다른 결핵약이 작용해 치료가 되는 원리예요.
결핵약은 반드시 최소 6개월을 꾸준히 드셔야 합니다. 일부 결핵균은 아주 간헐적으로만 활동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런데 결핵약은 활동 중인 결핵균만 살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띄엄띄엄 활동하는 병균까지 모두 박멸하려면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수예요.
만약 6개월을 채우지 않고 임의로 항결핵제 복용을 그만두면 높은 확률로 치료가 실패해 결핵이 재발하는데, 이를 약제내성결핵이라고 해요. 이런 경우의 재치료는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해서 더 많은 결핵약을 최소 18개월 이상 오래 복용해야 한답니다. 당연히 약물부작용의 위험과 신체의 부담도 훨씬 클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 초기 치료 때 주치의의 지도를 잘 따라 6개월을 꼭 채우셔야 합니다!
이렇게 결핵의 치료에는 항결핵제가 아주 중요해요. 다음 글에서는 좀 더 자세한 결핵약의 정보와 더불어 꼭 알아두어야 할 약물상호작용을 알려드릴게요!
※혹시 지금 항결핵제를 복용 중이신가요?
아래 링크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약물상호작용을 필톡에게 물어보세요!
참고문헌
[1] 대한감염학회, 한국전염병사2, 군자출판사, 2018, p.59.
[2] Zimmerman MR. Pulmonary and osseous tuberculosis in an Egyptian mummy. Bull N Y Acad Med. 1979;55(6):604-608.
[3] Daniel VS, Daniel TM. Old Testament biblical references to tuberculosis. Clin Infect Dis. 1999;29(6):1557-1558. doi:10.1086/313562
[4] 국가건강정보포털, 결핵, 2025. 03.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
[5] 질병관리청, 환자와 보호자가 궁금해하는 63가지: 결핵은 무슨 병인가요?(제6판). 2024.
[6] 질병관리청,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2024결핵진료지침(제5판).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