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의 마라톤 현장스케치
니조시장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왔다.
여전히 조용한 삿포로의 아침시간, 아침거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신호등의 불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지만 우린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되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듯했다.
어느 누구도 수선을 떨지 않은 채 쨍한 햇살 아래 기분 좋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쿵쿵거리는 발소리도 없었고, 응원단의 격려와 음악 소리도 없었으며, 함성 소리도 없는 채 현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흥미진진함을 보여주었다.
마라톤의 열기는 마치 투명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형형색색의 러닝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물결처럼 눈앞에 지나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땀방울은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었으며, 마치 작은 보석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노력, 과정, 인내등, 우리가 묵묵히 걷고 뛰는 시간들이 값지다는 것이 무엇인지...
숨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그저 바람을 따라 날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자연 속을 달리는 듯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삿포로의 깨끗한 하늘과도 참 잘 어울렸다. 그대로 푸름을 뿜어낸, 삿포로의 상징인 깨끗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던 하늘.
겨울철 삿포로의 흰 눈이 순수하고 고요하고 달콤하게 내리는 것처럼 이곳의 마라톤 행사 또한 그러한 인상을 주었다.
이 날의 삿포로의 니조시장에서의 아침식사도 환상적이었지만
삿포로의 마라톤도 한 몫했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이 현장은, 한국에서 접했던 마라톤 대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일본 특유의 질서 정연함이 보였다.
2023년 가을, 조용한 열기 속에서 만난 이 풍경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나는 가볍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지만, 내면의 근육을 키워왔던 지난 2년의 시간을 생각하며 감사하며 함께 달리고 함께 강해짐을 느끼고 있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고요함 속에 질서를 지키려 애쓰며 말이다. 오늘도 열심히 성실히 진실하게 내적 근육을 키워보자.
"At mile 20,
I thought I was dead.
At mile 22,
I wished I was dead.
At mile 24, I knew I was dead.
At mile 26, I realized I had become too tough to kill. "
32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내가 죽을 것 같았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죽고 싶었다.
38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내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41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내가 죽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Unkn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