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폰드 아오이이케
블루폰드.
아오이이케.
너무나 깨끗한 아침이었다. 마치 새로운 하루가 가장 맑은 빛으로 시작할 것처럼, 모든 것이 투명하게 반짝였다.
비에이의 흰 수염 폭포를 돌아본 뒤, 우리는 곧장 청의 호수로 향했다. 이름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청의 호수. 그 푸른빛을 직접 보기 전에도 이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듯했다.
도착하자마자 비는 더욱 거세졌다. 얇던 빗줄기는 순식간에 굵어져 우산도 없고, 숱도 없는 우리 머리 위로 따발총처럼 쏟아졌다. 산책로는 어느새 쫀득쫀득한 진흙길로 변해갔다. 신발 밑바닥이 질퍽이며 푹푹 빠졌지만, 나는 발걸음의 속도를 조절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거센 빗속에서 더 천천히, 더 깊이 머물고 싶어졌다.
마치 ‘안단테보다 느리게’ 걸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짝꿍은 우산을 사러 달리기 시작했다. 잘가라.
이 고요한 호수를 우리끼리만 누릴 순 없었다. 마침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우산을 펼친 사람들, 비를 피해 서둘러 움직이는 발걸음들. 그런데도 그들은 모두 한 번씩 뒤를 돌아보았다. 가야 하는 걸 알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스쳐 지나면서도 더 깊이 새기고 싶은 마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양면성이 호수 주변에 퍼져 있었다. 그 어떤 오염도 없었다. 자연 그 자체로 청의 호수는 그 자리에서 고요히 숨 쉬고 있었다.
맑음의 시작점 같은 이 호수를 서둘러 떠나야 할까?
거센 빗방울이 수면을 두드리고, 흙탕물이 일 듯하면서도 금세 가라앉는 모습. 마치 자연이 스스로 정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진에는 모두 담을 수가 없었다.
약간의 진흙탕을 헤치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밑에서는 질퍽거리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는 빗방울이 부딪히는 두두둑 소리가,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의 감탄 섞인 고요한 탄성이 들려왔다. 그 모든 소리가 뒤섞였다.
그때는 몰랐다. 이 폭우가 지나가고 나서, 짝꿍과 내가 가는 곳마다 세 번의 쌍무지개가 펼쳐질 줄은.
하나님의 약속,
비밀스럽고 은밀한 무지개였다.
북해도 하늘 전체에 떴지만 마치 우리만 볼 수 있는
듯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선물 같은 찰나들.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청의 호수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찬란한 색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
갓난아기가 쪽쪽이를 쪽쪽이며 주먹고기까지 바쁜 우리 쪼꼬미 아들. 그렇게 오늘이라는 순간을 맞이했다.
햇살 아래 아기의 발과 손을 펼쳐보았다.
찬란하다. 이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맑음의 시작점이 오늘은 작디작은 아들의 손과 발, 그리고 눈동자… 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