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나만의 비일상을 찾기
여행,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드넓게 펼쳐진 바다? 오래 전의 도시의 흔적이 담긴 광장과 유적지?
그렇지만 역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바쁜 일과 속에서는 꿈밖에 꿀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지금은 바쁘니까, 시간도 돈도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가 과연 정말 여행은 ‘큰 마음 먹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여행을 하며,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여름 휴가를 상상하며 가슴 설레하는 걸까?
망설임의 이유는 어쩌면 ‘여행'에 대해 우리가 멋대로 내려버린 틀에 갇힌 정의에 있을 수도 있다.
여행은 어디에나 있다. 꼭 크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비행기나 기차를 타지 않아도,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언제든 여행할 수 있다.
여행의 본질은 비일상성에 있다. 우리가 방학과 휴가를 사랑해 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들이 ‘일상 탈피'의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하는 비일상적인 것들이 곧 ‘여행’을 만든다. 때문에 장소나 시간, 비용은 어쩌면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그렇게 큰 고려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던 어느 골목길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어도 좋고, 친구와 모르는 동네를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어도 좋다. 정해진 규칙과 반복되는 루틴에서 벗어난 이 모든 일들이 우리가 스스로 규정해놓은 일상 속에 숨어있는 ‘비일상의 틈’을 만든다.
여행은 결국 일상 속에서 비일상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여행이 특별한 이유,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 본질을 이해하면, 누구나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여행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미루기만 하며 스트레스와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이유가 여행이란 대단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견과 착각 때문이라면, 달리 말해 간단한 발상의 전환만으로 우리는 매주 여행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미루지 말고 여행하자.
굳이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이 아니어도 좋으니 익숙함 속 낯섦을 찾아 충분히 향유하자.
우리가 일상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우리만의 작은 틈을 만들어 놓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