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Lab 인턴 - 뇌졸중과 삼킴장애(연하곤란) 환자분의 경험 듣기
해당 글은 연세대학교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Lab 인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글의 가장 마지막 부분, 하단 참고 부탁드립니다!)
설문 링크 엿보기: https://forms.gle/c9WXQsKkPKH5RfBQA
인턴 프로젝트의 주제 선정까지 이어진 우리 가족의 이야기
24년 중반, 아마도 1학기가 개강한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시점이었다. 한창 의지에 불타올라 대학교에서 이것저것 하는 게 많다보니 몸과 마음이 조금씩 지쳐가던 시기에 나의 이러한 걱정쯤은 저~멀리로 보내버리는 더 큰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좀처럼 잡히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평소에 자주 얼굴을 뵙지도 못하는 외할머니께서 댁에 계시다가 '뇌출혈' 때문에 쓰러지셨다는 소식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사실 이 소식을 처음 듣고 우리에게 전달을 할지 말지 고민하셨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식 걱정 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셨던 걸까..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고민 끝에 우리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셔서 나와 내 동생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쓰러지신 직후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동하셨지만, 그렇게 한 번 쓰러지시고 나서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되셔서 현재까지도 의식이 돌아오시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이렇게 쓰러지시고 나서, 우리 엄마는 할머니 생각을 할 때면, 자주 우신다. '불쌍한 우리 엄마'라며, 살아온 한평생을 자식 뒷바라지만 하며 사셨다고. 우리 엄마는 평소에 나와 내 동생을 챙겨주기도 해야 하니, 우리 할머니와 전화는 종종 하더라도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장거리를 이동하며 할머니댁에 자주 방문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우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댁에는 주로 며칠동안의 긴 연휴가 있을 때나 방문할 수 있었고, 대면으로는 1년에 2~3번 정도 밖에 뵙지 못했다.
이러한 일이 있고나서부터 우리 엄마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그때의 할머니의 모습을 더욱 자주 회상하기 시작했다. 당신께서는 우리 엄마를 포함하여 총 4명의 남매를 키우셨는데, 어린 시절 학교를 보낼 때마다 다 다른 4개의 도시락을 매일 싸서 주시고, 공부도 정말 하고 싶었지만 주변 환경과 4명의 자녀를 키우는 탓에 오롯이 육아와 일에만 전념하는 삶을 사셨다고 한다.
사실 처음에 할머니께서 뇌출혈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할머니께서 쓰러지셨지만 '뇌출혈은 점진적인 치료를 통해서 회복될 수 있겠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할머니께서 조금씩 회복하실 때까지 잘 기다리고 할머니를 옆에서 보조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원래부터 갖고 계셨던 지병이 있으셨고, 몸 상태도 안 좋으셨으며, 연세도 있으시기에 그렇게 쓰러지신 후 상황은 점점 안 좋은 쪽으로만 흘러갔다. 가장 슬픈 점은, 계속 악화되어가는 할머니의 상태를 보며 이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엄마와 외가 친척분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었다. 우리 외삼촌께서도 할머니의 소식을 들으시고 얼마 있지 않아 '아는 지인을 통해 듣기로는 뇌 질환 진단 후 6개월 후에서야 의식이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며 차분히 기다려보자는 말을 꺼내셨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도 의식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할머니를 뵙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죄송스러웠고, 할머니를 안쓰러워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자책하며 좌절하는 엄마의 모습을 딸로서 지켜보는 마음도 아팠다.
뇌출혈 이야기, 그래서 왜 꺼낸 거야?
사실, 정말 운이 좋게도 연세대학교 HCI 랩실의 학부생 인턴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나는 생전 처음 공부해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잉, '디지털 헬스케어'? 헬스케어(healthcare)는 뭔지 알겠는데,,, 말 그대로 건강을 관리해준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뭐가 다른데? 처음 분야를 접했을 때 다양한 생각이 들었는데,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보자면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스마트폰, IoT 어플리케이션, 가상현실, 증강현실, 스마트워치같은 웨어러블 기기, 화상 통화, 각종 센서, 카메라, 음성 인식 기술, 디바이스, 로봇 등)을 활용해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 모니터링(쉽게 말해 '추적'같은 것이다. 꾸준히 추적하며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방지하는 역할 또는 환자의 건강 상태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치료 등을 제공해주는 방안들을 통틀어 디지털 헬스 케어 분야라고 말할 수 있겠다.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참고하면 굉장히 좋을 만한 기사!! ▼ ▼ ▼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825
그렇다. 지금 우리 랩실, 우리 인턴 팀은 이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하는 (현재 굉장히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이제 3~4년정도 되어 가는 초기 시장에 해당하고, 아직까지 진출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환자 개인 의료 데이터 수집 관련 이슈, 원격 혹은 비대면 진료 관련 법적 문제,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지털에서 소외되는 고령층 하지만 주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고령층에 더 많이 분포함. 등) 구체적인 분야의 HCI 인턴으로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주제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뇌졸중과 연하곤란(연하장애, 또는 '삼킴장애')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 팀의 phase를 살펴보자면, 실제 질환을 겪고 계신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과 이야기, 그들의 생각을 통해 pain point와 needs를 도출하고자 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
사실 이번 인턴 경험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정말 다양한 질환과 증상에 대해서 배우고 간다. 이 랩실의 메인 분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지만, 특수한 분야로 인해 오히려 의학적 지식까지 덤으로 얻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현재 주제로 삼고 있는 '삼킴장애'(의학명: 연하곤란, 연하장애) 역시 몰랐으나 굉장히 치명적이고 무서운 질병이다. 주로 뇌종양, 뇌출혈, 뇌졸중, 뇌전증, 신경 퇴행성 질환 등 뇌에 이상이 생길 경우 발생하게 되며, '삼킴장애'가 발생할 경우 평소에 음식을 문제 없이 잘 먹던 사람도 음식물, 음료, 심지어는 침을 삼킬 때 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삼킴장애'라는 이름처럼 무엇을 삼킬 때, 그 행위 자체에 어려움을 겪으며 때로는 실제로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이물감을 느끼기도 한다.
할머니의 상태를 옆에서 지켜보고, 평소에 뇌 질환 및 각종 증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며 관련 자료를 읽어봤던 경험들은 이렇게 HCI Lab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팀 프로젝트 주제 선정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에 나오는 신경 구조망도 사실은 인간 뇌 신경을 본뜬 형태이고, 우리의 뇌는 정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연구되지 않은 범위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욱 더 왜 이러한 뇌에 어쩌다가 이상이 발생하는지, 그게 궁금했다.
하지만, 정말 생각처럼 쉽지 않다. 너무나 많은 단계와 장애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뭐 .. 학부생 및 대학원생의 팀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공식 의료 기관이나 의료진이 시행하는 프로젝트도 아니고, 우리 랩실이나 지도 교수님께서 어떤 금전적인 지원을 공식적으로 해주는 프로젝트도 아니며, 의료진분들과 협업할 수 있는 실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진분들께 아무리 인터뷰 이메일을 요청드려봤자, 의료진분들께서 학부생 및 대학원생 따리 프로젝트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실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 뇌졸중, 혹은 타 뇌 질환과 함께 '연하곤란(삼킴장애)'를 경험해보신 환자분과의 인터뷰를 꼭 꼭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러 번의 회의와 고민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설문지는 전문가의 시선에 봤을 때 매우 미흡하겠지? 같은 인턴 팀으로 하는 언니는 자신이 설문을 홍보한 네이버 카페에서 '대학생 랩실에서 진행되는 연구인데 인터뷰 참여 한 번에 1만원은 너무하지 않냐'라는 댓글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 랩실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기에 사실상 사비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하지 못했다 .. 그래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드리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러한 과정과 노력들을 다시 본다면, '그때 참 어설펐지만 나름대로 애썼네'하는 생각이 들까? 전문 의료진도, 의대생도 아닌 수준에서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래서 이곳에, 설문지를 공유합니다
<뇌졸중과 삼킴장애(연하곤란, 연하장애)를 앓으셨거나, 앓고 계신 환자분께>
▼ 당차게 준비했던 설문 안내 및 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저희는 연세대학교 HCI Lab에서 ‘뇌졸중 후 삼킴장애’를 연구하고 있는 EnSomnia팀입니다.
본 연구는 뇌졸중(Stroke) 후 삼킴장애(연하곤란 또는 연하장애, 학명: Dysphagia)'와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 Care)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뇌졸중 및 삼킴장애를 겪고 계신 환자분들, 보호자, 그리고 간병인분들께서 재활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겪으시는 어려움과 경험을 듣고자 설문조사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가 더 나은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참여대상]
- 본인 혹은 가족이 뇌졸중 후 삼킴장애를 경험한 적 있음
-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음
[참여방식]
- 설문조사(필수): 간단한 온라인 설문 참여 (5분 소요, 구글폼)
- 인터뷰(선택): 약 30분-1시간, 온라인(화상) 또는 전화, 대면 인터뷰로 진행 (상황에 따라 상이함)
[참여혜택]
- 설문조사: 추첨 후 5분께 문화상품권 5000원 제공
- 인터뷰: 인터뷰 선정 시 카카오페이 1만원권 제공
[설문 참여 링크]
https://forms.gle/c9WXQsKkPKH5RfBQA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강희영 연구원: 010-4809-5028
-Email: ensomnia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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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라도 주변에 유사한 경험을 하신 환우 본인 혹은 보호자분이 계시다면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추가적으로, 이렇게나 긴 글을 여기까지 모두 읽어주셨다면, 이러한 글에 관심을 갖고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조언, 충고, 첨삭 등등 모두 언제든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