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고 부끄러운 내 청춘 회고록.
<공공기관 취업 실패기>를 연재하고 나니, 그 이전의 대학시절을 회고하고 싶어졌다.
건강한 대인관계없이, 그냥 혼자 움츠러들어서 땅만 보고 다니던 시절.
누군가는 학창 시절보다 더 소중한 친구를 사귀거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불멸의 여행을 하는 시절이다. 또 다른 이는 뛰어난 학업적 성취를 이루기도 하고, 평생의 반려자와 사랑을 시작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인생에 한 번 주어지는 청춘의 시기.
모든 가능성이 펼쳐져 있기에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며 예찬하는 찬란한 봄과도 같은 청춘.
이 시기에, 대부분의 청춘들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귀중한 가치들을 하나 이상 획득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전부 내 발로 차버려서 현재 남아있는 친구가 없다.
지금의 친구들은 오로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사귄 친구들 뿐이다.
여행은 애초에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항상 자취방에 박혀서 0과 1로 가득 찬 가상의 세계만 탐험했을 뿐.
그렇다고 공부를 잘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편입 전에는 나름 수석이었으나, 편입 후에는 중하위권으로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돈이라도 열심히 모았는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는 열심히 모았다.
아직도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이 나를 발목 잡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끝나버린 내 청춘.
이렇게 못난 청춘을 보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수능을 끝내고 나서 느꼈던 나의 자괴감과 죄책감이 원인이 맞는 거 같다.
19살에 느꼈던 그 죄책감은 열등감으로 발전하여 25살에 편입을 성공하기까지 나를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능이 끝난 19살의 겨울부터 이 회고록을 시작하는 것이 맞겠다.
벌써부터 <공공기관 취업 실패기> 때보다 훨씬 더 망설여지는 마음이 역력하지만, 더 이상 내 과거에 도망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일이니까. 2025년에 곧 서른이 되는 내가, 20대의 미숙했던 나를 되돌아봐야만 같은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과거를 조금이라도 벗어나야 30대는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갈 것이니..
2024년의 12월부터, 2022년 2월 졸업까지 약 7년 남짓한 기간.
나는 이 시절에, 소중한 친구들과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사람을 현재는 모두 잃어버린 상태다.
오직 내 잘못으로. 가뜩이나 부족했던 사회성을 더 키우지도 못했고, 소극적이고 겁 많은 마음은 세상을 탐험하기보다 세상에 박혀있기를 선택했다.
남들은 다시 되돌아가길 원하고, 아련하게 추억하는 아름다운 벚꽃과도 같은 시기이건만,
나는 삭막한 고목처럼 차갑고 외로운 시기였기에 추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가 되었다.
벚꽃은 아름다움을 흩날리고 추억이 되지만, 삭막한 고목은 질긴 생명으로 내 뒤에 우두커니 서서 냉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 냉기를 조금이라도 달래고자, 나는 부끄러운 청춘 회고록을 작성할 따름이다.
역시, 내 회고의 시작은 다시 생각해봐도 추웠던 겨울부터가 맞는 거 같다.
개강의 시작인 3월의 봄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시작은 2014년 12월부터 시작하려 한다.
수능을 망친 고3의 죄책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곤두박질치며 흘러가보겠다.
이 이야기의 끝이 도래했을 때, 내 마음이 봄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져있길 기대하며..
이전의 <공공기관 취업실패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