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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Dec 07. 2024

제7화. 꿈나무를 키우며 다시 처음으로

  2009년 남학생 8명이 우리 학교에 배치받아서 총 12명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우리 반에 공부하게 되어 특수학급 한 반이 더 증설되었다. 



미소반, 행복반으로 팻말을 붙이고 남 선생님 한 분도 오셨다. 지체 장애를 지닌 학생도 세 명 있어서 매주 화, 목요일 주 2회 세 시간씩 순회 근무도 가게 되었다. 

특수 교사가 두 명이 되니 수업도 더 알차고 장애 이해 교육도 다른 선생님의 노하우도 배우고 교내 행사도 의논하여 진행하니 작년보다 모든 일이 더 잘 돌아갔다. 다시 첫 해에 부임한 마음으로 증설 학급도 꾸미고 이것저것 하니 마음은 바쁘고 몸은 두서없고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졸업생은 남학생 두 명인데 식품과 재현이(가명)와 원예과 윤호(가명)이다. 재현이는 중학교 때 삼 년 동안 보조 선생님과 일대일로 있어서 처음 일 학년에 들어와서 훈련시킬 때 힘들었다. 직원 화장실에서 옷 다 벗고 실례하는 일, 반찬과 먹지 않고 반찬 다 먹은 후 맨 밥으로만 식사하는 일 등 그중에서 하교하는 것을  훈련시킨 일이 제일 기억 난다. 나중에는 잘  훈련되어 볼일 볼 때는 조용한 1층 화장실에서 문 닫고 깨끗이 사용하고, 급식은 무조건 비빔밥 만들어 먹기, 하교할 때 하루 3번 차 타고 가더라도 도착해서 꼭 전화하기 등을 잘하였다. 처음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 가다가 쉬다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걸어서 저녁 8시 반까지도 집에 도착 안 해서 연락은 안 되고 앞이 캄캄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현장 체험학습 가서 재현이만 남겨두고 고속도로에서 출발했던 아찔한 기억, 곳곳에 추억도 많이 남겨 주었던 학생이었다. 제일 손이 많이 가서 체험학습은 재현이네 반에 우리 반 모두 참여하여 맛있는 요리도 많이 만들고, 구미 삼양사에 가서는 과자도 한 박스씩 선물 받은 적도 있었다.      


  재현이네 가족의 장점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어머니도 복지 계통의 직업을 가지고 부드럽지만 내면이 단단하시고 누나도 복지학과를 전공하여 온 가족이 재현이를 돕는 시스템이다. 부모님과 의견 조율이 아직 덜 되었는데 대학에 가서 공부하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고, 벌써 취업하기에는 어머니께서 안쓰러우신 모양이다. 네 살 때부터 복지관에 훈련시킨 어머니라서 나름대로 안목도 있으시고 장기적으로 학생을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집 가까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상지대학 쪽으로 마음을 두고 있는데, 비록 책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하더라도 대학 문화를 접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교육의 효과가 있다고 부모님도 나도 믿는다.      

이제 공부에 조금 취미를 둔 것 같고 졸업반이 되니 전보다 많이 의젓해졌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상지대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하였다.     


  윤호(가명)는 부모님 두 분의 의견이 달라서 나도 통합반 담임선생님도, 중간에서 사실 애를 먹었다. 어머니께서는 유아교육과 복지학을 전공하셨고 전문직에 계신데 학생을 우리 반에 두기를 원했고, 아버지는 중학교 때를 거쳐보니 차라리 통합반에 넣기를 주장하셔서 2학년 때 원적을 옮겨 완전통합반에 두었다. 그러나 우리 반에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였으며 통합반에도 잘 못 어울리는 것 같아 애처로웠다. 3학년이 되어서 선택으로 제과 실습할 때는 통합반에 넣고, 식사할 때 우리 반에 와서 같이 하고(도움반이 다른 반보다 10분 일찍 식사하도록 하였음) 방과 후 수업도 같이하고 교내외 행사에 우리 반에 같이 참여하도록 하였다.           

2009년 5월 SK 텔레콤 정보대회 타자 부문에 도전상을 받고서 자신감도 많이 회복되었다. 태권도를 1년 동안 하다 보니 졸업생 민호랑 친하니 민호가 다니는 경호학과로 갈까, 복지학과로 갈까 고민하였다. 컴퓨터를 오래 배웠으니 컴퓨터학과로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의 의견대로 상지대 복지학과로 수시 원서를 넣기로 결정하고 진학하였다.   



  3학년 졸업생 두 명이 모두 상지대 복지학과로 진학하였다.  재현이는 졸업 후 소식을 자주 못 들었고 윤호는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발달협회의 직원으로 취업해서 잘 다니고 있다고 소문을 들었다. 부모님들의 간절한 소망과 헌신적인 바라지 덕분에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 갈길을 잘 가고 있는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뿌듯하고 대견하다.


물론 내 일을 좋아해야만 즐겁고 행복하게 교직 생활을 하겠지만, 특수교사는 제자가 잘 되었을 때 일반 과목 선생님보다 더 기쁘고 신난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으로 그 일을 이루었는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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