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불순물 26화

폭염의 연가(炎歌)

혹은 태양의 서사시

by 브레인캔디

태양, 그 원초적 폭군이 하늘의 보랏빛 옥좌를 내리차니 대지는 금속성 신음으로 가득 찼다. 공기는 녹아내린 수은처럼 무겁고, 햇살은 백만 개의 미세한 유리창을 깨뜨리며 피부에 박힌다. 이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다. 우주가 지구라는 도가니에 부은 광염(光炎)의 용해액이다.



태양신 헬리오스는 금빛 채찍을 휘둘렀다. 그 광선은 천 개의 백열전구가 동시에 터지는 소리 없음이요, 광막(光幕)이 도시의 콘크리트 숲을 압도하는 광학적 폭압이다. 아스팔트는 검은 거울로 변하여 하늘의 불꽃을 반사하니, 길거리는 이중으로 타오르는 화염의 협곡이 되었다. 차량들은 녹은 괴물처럼 허우적거리며, 배기구에서 토해내는 뜨거운 숨결은 유령의 춤사위를 그린다.


그림자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건물 사이로 스며든 암흑의 띠는 차가운 강물처럼 유혹하나, 닿는 순간 그조차 미지근한 죽음의 입맞춤임을 깨닫는다. 나뭇잎은 녹색의 불꽃, 광합성이라는 이름의 고통스러운 연소로 스스로를 소모한다. 자연은 화염의 제단 위에서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친다.


인간이라는 정밀한 기계는 과열의 경고등을 울린다. 이마의 땀방울은 지하수를 거슬러 오른 고독한 순례자요, 쇄골에 고인 습기는 미니어처 염호(鹽湖)다. 옷감은 두 번째 피부가 되어 달라붙고, 호흡은 가열된 공기를 폐 속 깊숙이 찔러 넣는 무뚝뚝한 폭행이다. 시곗바늘마저 녹아 늘어져 시간 자체가 점성을 띤다.


카페의 얼음 조각이 유리잔 속에서 죽어가는 소리는 현대의 엘레지아다. 에어컨의 냉기는 일시적인 환영. 기계가 내뿜는 차가운 허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냉장고 문을 열고 서늘함을 삼키는 순간, 문명의 허약한 주술에 매달리는 원시인이다. 몸속의 물이 증발할 때마다 영혼의 일부가 함께 기화되는 것을 느낀다.



밤이 와도 열기는 잠들지 않는다. 낮동안 흡수한 열이 도시의 골격에서 서서히 배어 나와 콘크리트가 방사능처럼 내뿜는 적외선의 목가(牧歌)다. 잠 못 이루는 창가에선 이웃의 탄식이 뜨거운 바람에 실려 오고, 달은 핏빛으로 물들어 멀리서 지구의 고통을 관조한다.


폭염은 위대한 평등주의자다.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민초를 가리지 않고 광열(光熱)의 망치로 두들긴다. 거리의 노숙자는 그늘진 벽에 몸을 붙여 살아있는 부조(浮彫)가 되고, 고층 사무실의 거물은 얼음 같은 시선으로 녹아내리는 도시를 내려다본다. 모두가 광중(光中)에서 용해되는 왁스 인형이다.



그러나 이 극한의 열병은 일종의 신성한 망각이다. 의식이 흐려질수록 현실의 경계가 녹아내린다. 아스팔트 저편에서 망각의 강이 흐르는 환각, 뜨거운 공기가 만들어내는 신기루의 궁전… 폭염은 우리를 원초적 감각의 세계로 추방한다. 생각은 정지하고 몸만이 열과의 생존 협상을 지속한다. 살아남음이 유일한 철학이 되는 순간.


태양이 서산으로 기울 때, 하늘은 상처처럼 붉게 물든다. 도시는 천 개의 창문으로 반사된 석양을 삼키며 집단적 해열제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는 단지 휴전에 불과하다. 내일 아침, 금빛 전차는 다시 지평선 위로 솟아올라 광휘의 제국을 선포할 것이다. 우리가 문명이라는 얇은 각막 뒤에 숨을 때조차, 우주는 태양의 광포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 불볕 아래, 인간의 모든 위대함은 한낱 녹는 초상(蠟像)에 불과하다. 우리가 쌓은 도시는 태양 앞에 서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오직 광열만이 영원히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황금의 강이다. 폭염은 우주가 지구에게 건네는 불편한 진실— "네 존재 자체가 나의 화염 속에서 춤추는 순간적 섬광일 뿐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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