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공부와 함께하는 홋카이도 미식기
저번 <お元気ですか>_설국으로의 초대, 홋카이도 여행기에 이어 홋카이도 미식기를 작성했다.
밥 먹을 때도 발현되는 일본어 전공생의 일본 문화 공부 노이로제와 함께하는 맛집 투어!
방문했던 맛집들 주소도 첨부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
�6-16 Sumiyoshicho, Otaru, Hokkaido 047-0015 일본
1월 1일에 오타루 동네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문을 연 식당을 발견해 들어갔다. 오타루의 모든 사람이 마치 그 가게를 찾은 듯 했다. 대기가 꽤 있어서 한 3-40분 정도 기다렸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로봇이 서빙을 도와주고 있었다. 가게에서는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는데, 마침 소바를 팔고 있길래 냅다 주문했다.
일본어 전공생이 말하는 일본의 새해 문화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기 하루 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大晦日) 12월 31일에 메밀 국수를 먹는 문화가 있다. 소바 면을 끊어 액운을 끊고 새해에는 좋은 일들이 생기길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문화이다. 이 외에도 긴 국수처럼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먹기 시작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이 때 먹는 소바를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라고 한다. 소바는 주로 야채나 새우 튀김 등의 토핑을 얹어 먹는다. 양념으로 파(ねぎ)를 넣기도 하는데, 파의 발음 ‘네기’가 ‘노고를 치하하다’의 뜻을 지닌 労う(ねぎらう)’네기라우’와 비슷해 ‘한 해의 노고를 치하하는 파’라는 의미로 듬뿍 넣어 먹기도 한다.
나는 딱 12월 31일에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새해니까’ 라는 생각으로 하루 정도 늦게 액운을 끊어냈다. 맛은 그냥 소바 맛. 전공 시간에 배운 것을 떠올리며 여행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일본 〒064-0804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4 Jonishi, 5 Chome−6-1 都志松ビル 2階
삿포로의 추운 날씨를 버티게 해주는 음식은 바로 스프 카레! 삿포로 여행 먹킷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친구를 나도 먹어보았다. 스프카레 맛집을 검색하면 정말 많은 종류의 식당이 나온다. 내가 고른 곳은 ‘스프카레 스아게’ 였다. 카레로 만든 마라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추가한 브로콜리 토핑이 맛있었다. '마라탕처럼 조금 묽은 것이 삿포로 스프 카레의 특징이려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비에이 & 후라노 버스투어 가이드님께서 말씀하시길, 스프카레 식당 브랜드마다 카레의 묽기가 다 다르다고 했다. 꾸덕꾸덕한 카레는 한국에서 많이 먹어보았기 때문에 조금 색다른 카레를 기대했었는데, 카레의 묽기를 고려하고 고른 식당은 아니었지만 마침 잘 골랐던 것 같다.
홋카이도에서 이자카야는 약 3곳 정도 방문했던 것 같다.
주량이 센 편이 아니라서 다음날을 위해 절주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더 많은 사케를 먹어볼 걸...ㅠㅡㅠ
첫번째 이자카야
�일본 〒064-0808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8 Jonishi, 6 Chome−289-33 札幌ダイカンプラザ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해 공항버스를 탄 시각은 오후 6시 30분이었다. 공항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를 달리니 삿포로 시내가 나왔다. 장시간 이동으로 지친 몸과 무게가 11kg이나 나가는 캐리어를 끌고 숙소에서 짐을 푸니 대충 밤 9시가 조금 넘었다.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더 이상 멀리 나갈 힘이 없었다. 심지어 식당은 모두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남은 선택지는 숙소 뒷 편에 있는 이자카야 뿐이었다.
이자카야에 들어가니 안 쪽에는 일본인들이, 바깥 쪽 테이블에는 한국인 두 명이 앉아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안 쪽에 앉은 일본인들은 실내 흡연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앉아서 주문을 했다. 일본어 메뉴판 말고도 어설픈 글씨체로 쓰여진 한국어 메뉴판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한 눈에 내가 한국인임을 딱 알아보고 그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오뎅탕, 닭꼬치, 생맥주, 고구마 튀김을 시켰다. 이자카야에서 저녁식사를 때우려니 안주를 많이 주문해야 했다. 그리고 당연히 生ビール를 주문했다. 한국에서는 생맥주를 주문하면 기계에서 나오는 맥주를 뽑아주어 생맥주와 일반 맥주를 구분하기 힘든데, 일본은 어딜 가든지 생맥주(生ビール) 를 주문하면 항상 살얼음이 올라간 '진짜' 생맥주가 나온다. 추운 겨울 오토시(お通し)로 나온 계란탕으로 몸을 녹이고 마시는 생맥주는 정말정말정말 기분 좋게 맛있었다. 사르르 녹는 생맥주의 살얼음이 삿포로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오토시 (お通し)란?
한국 술집의 '기본안주'나 서양의 웰컴드링크 개념과 유사하다. 다만 한국과 달리 무료가 아니라는 점. 일본에서는 이를 자릿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일반적인 이자카야의 오토시는 300엔에서 500엔 정도다. 내가 방문한 위 가게의 오토시는 300엔이었다.
두번째 이자카야
�일본 〒064-0806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6 Jonishi, 3 Chome−6−22 秋水ビル 4F
삿포로에서 먹은 음식 중 맛있는 것 3개 정도 뽑아보라고 한다면 이 가게를 고르지 않을 수 없다. 왼쪽 사진의 윗쪽부터 순서대로 메뉴를 말하자면 방어구어, 칭기즈칸, 주먹밥이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전부 방어 시즌이라며 방어 회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댈 때 나는 일본에서 방어 구이를 맛봤다. 방어라는 생선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내가 먹어 본 생선 중 가장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크기는 또 어찌나 큰지 먹어도 먹어도 살점이 계속 나왔다. 다음으로 칭기즈칸은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음식 같긴 했는데, 칭기즈칸 요리만 하는 가게를 따로 찾아가기엔 뭐해서 마침 안주 메뉴로 있길래 시켜보았다. 일본식 간장 제육 맛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오니기리는 개인적으로 일본 주먹밥을 좋아하기에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다.
그리고 이 가게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때는 오토시를 먹었을 때였다. 300엔 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무척 정갈하게 서빙되었다. 곤약무침, 새우, 검은콩 볶음이 나왔다. 검은콩 볶음은 너무너무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한국의 밑반찬 문화가 아니었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ㅠㅠ
�2 Chome Minami 3 Johiga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53 일본
이쿠라동은 오타루에서 처음 도전한 음식이었다. 한국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혹시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의 수를 대비해 명란 정식도 함께 주문했다. 정식이라길래 한국처럼 밑반찬이 여러 개 푸짐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단무지, 명란, 와사비, 미소 된장국이 전부였다. 그리고 명란 정식을 주문하기로 한 결정은 최고의 결정이었다. 이쿠라동은 내 취향에 잘 맞지 않았다. 연어알의 식감은 마치 예전에 먹방 유튜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팝핑보바를 밥과 함께 먹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맛은 무척 비렸다. 어쩌면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에 가서 재료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른 가게에 가서도 도전해보았지만 크게 다를 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명란 반찬은 취향에 잘 맞았다. 다만 많이 짜서 꼭 흰 쌀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
�2-3 Sakaimachi, Otaru, Hokkaido 047-0027 일본
규카츠라는 음식도 이쿠라동과 마찬가지로 오타루에서 처음 먹어 보았다.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로 만든 돈카츠인데, 같이 서빙되는 미니 화로에 직접 구워 먹을 수 있었다. 돼지고기보다 고기냄새가 덜 났지만, 돼지고기보다 더 질겼다. 아마 덜 익힌 상태로 먹어서 질겼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규카츠를 먹기 이전에는 돈카츠와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풍습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규카츠에 와사비를 얹어 먹으면 와사비가 소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훨씬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돼지고기로 만든 카츠에 와사비를 찍어먹는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일본 〒064-0804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4 Jonishi, 2 Chome−8−7 わたなべビル
삿포로에서 스프카레 말고도 유명한 음식은 바로 장어 덮밥이다. ‘카도야’라는 식당이 유명하다고 해서 한 번 들러보았다. 카도야에서 파는 음식은 온통 장어였다. 장어 관련 메뉴가 여러 개가 있었는데 사진이나 설명 만으로는 차이점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표 메뉴 두 개를 시켰다. 차이점은 단순했다. 장어가 반찬으로 나오느냐, 덮밥 요리로 나오느냐, 양이 곱빼기냐 일반이냐였다. 놀랐던 점은 장어 덮밥 위에 얹어진 장어 한 마리가 전부가 아니라 장어가 밥 속에 또 있었다는 점이다. 2층 침대의 구조를 가진 장어 덮밥이었다. 어쩐지 가격이 비싸다 생각했는데, 장어가 두 마리나 있었던 것이다. 양으로써 가격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5 Chome-8-5 Minami 6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4-0806 일본
삿포로에서 묵었던 호텔 바로 앞에 분위기 좋은 양식점이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인테리어가 무척 시선을 끌었다. 데이트를 하러 온 커플들부터 단체 예약 손님까지 가게가 북적북적했다. 관광지 근처에 위치해있음에도 일본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인 듯 했다. 일본인들의 일상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
�3 Chome-2-14 Hanazono, Otaru, Hokkaido 047-0024 일본
오타루에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버터 옥수수 라멘이 유명했다. 당연히 먹어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주문 방식이 정말 일본스러웠다. 한국은 보통 전부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 일본은 키오스크 대신 주문 번호표가 나오는 아날로그식 자판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카드결제도 불가능했다. 일본 여행에 가면 반드시 현금을 많이 환전하시길... 라멘의 맛은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는데, 두 번 먹진 않을 맛이었다.
+ 그 외에 먹은 것들
�일본 〒064-0806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6 Jonishi, 5 Chome−8 メイトビル
�27 Chome-174 Minami 2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4-0802 일본
일본에서 방문한 두 번째 양식집. 고기스튜와 굴피자를 주문했다. 굴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일본은 대체적으로 해산물 요리에 능한듯 하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한 시간 정도 동안 두 번의 생일파티가 벌어졌다. 직원들이 테이블 하나를 둘러싸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아카펠라 수준의 가창력이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 뒤에 아기 둘을 데리고 오신 어머니가 계셨다. 아이들은 5-6세 정도 되어보였는데, 자꾸 식기로 장난을 치자 어머니가 단호하게 혼내고 있었다. 일본어는 항상 상냥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일본어는 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