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네지 못한 마음의 자리
저녁
8시 무렵,
퇴근 인파가
몰리는 슈퍼마켓은
늘 그렇듯 붐볐다.
계산대 앞에는
우유, 식빵, 달걀,
그리고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처음엔
진열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장미는
포장도, 바코드 스티커도 없었다.
누군가가
잠시 내려놓고
잊은 듯했다.
계산대 직원이
마이크로 말했다.
“분홍 장미 한 송이,
고객님 중 놓고 가신 분 계신가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장미는
카운터 옆에 세워둔
작은 플라스틱 컵에 꽂혔다.
며칠 후에도
그대로였다.
꽃잎이
살짝 말라 있었지만,
아직 향기가
남아 있었다.
아마
누군가는 그날,
그 장미를 건네려다
포기했을 것이다.
계산대 앞에서
잠시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려던 걸까,
아니면
오래 미뤄온
고백이었을까.
이제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미가
놓인 자리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장을 보러 와서
그 앞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도
장미를 들지 않았지만,
모두가 잠깐은
그 자리를 바라봤다.
그건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건네지 못한 마음을
그 위에 내려놓고
간다는 뜻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