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번호로 걸려온 전화
그날 저녁,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는
낯설었다.
그런데
화면에 뜬 번호의
마지막 네 자리가
어딘가 익숙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는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혹시… 씨 휴대폰 맞나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목구멍 안쪽이 잠깐 굳었다.
그건 몇 년 전,
서로의 번호를 지우며
끝났던 사람의 이름이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아니요, 번호 바뀐 지 좀 됐습니다.”
여자는 미안하다는 듯,
작게 “아… 그렇군요”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혹시… 그분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웃음이 났다.
그 목소리에 묻은 조심스러움이,
예전의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통화는
금세 끊겼다.
남은 건
화면에 찍힌 통화 시간
00:42.
그 짧은
42초 동안,
나는 한 사람의
기억 속으로 다녀온 기분이었다.
다시 그 사람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전화기를 내려놓자
방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정적이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이름은,
지워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건 단지,
어느 날 다시 불려질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