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교실의 빛
지방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날이었다.
도로 옆으로
오래된 학교 건물이
하나 보였다.
붉은 벽돌에
페인트가 벗겨진 창틀,
운동장은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었다.
학교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했고,
아이들의 목소리 대신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그때,
2층 창가에서
한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햇살이
유리창에 부딪혀 반사되며
그 아이의 얼굴을
잠시 비추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창문 쪽을 바라봤지만,
그 다음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 길은
내가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
지방 출장 때마다,
혹은 그냥 멈추고 싶을 때마다
그 학교 앞을 지났다.
언젠가부터
운동장에 차가
한 대도 서지 않았고,
교문엔
녹슨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몇 년 후,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학교는
사라지고 없었다.
건물 자리엔
새 상가가 들어서 있었고,
아이들이 뛰던 운동장은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상가 유리벽에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
그날 창가에서 웃던
아이가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그때
학교가 아니라
‘시간’ 속을 지나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억 속
그 아이의 얼굴은
흐릿하지만,
그 미소만은
여전히 또렷하다.
아무도 없는 교실,
먼지 낀 창문,
그리고 거기서
손을 흔들던 작은 그림자
이제 그 자리에선
어떤 아이도 손을 흔들지 않겠지만,
햇살이 비칠 때마다
그 웃음이 여전히
그곳을 밝혀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