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점수와 함께
멍하니 바라보던 종잇장.
잔뜩 흐린 내 마음 위로
먹구름이 내려앉을 때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네가 스치듯 내민 손이
차가운 내 손등을 감싸왔을 때,
쿵, 내려앉던 심장이
문득 위로 솟구쳤다.
따뜻한 체온과 함께
말없이 전해진 온기.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수많은 말이 녹아 있는 듯했다.
망쳐버린 시험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이 순간,
두근거리는 손길이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었으므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네 손에 스며든 아주 작은 설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