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이가” 엄마와 즐겁게 놀아주는 방법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다.
어디서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혀가 아프다, 손바닥이 아프다 말하기에 살펴보았더니 수족구였다. 주말이었던지라 주말 내내 함께 보내고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주 역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와 함께 보내야 했다.
30개월 가까이 가정보육을 했던 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정보육 기간이 조금은 막막하게 느껴졌다.
뭘 하며 놀아주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아이가 기관에 다니면서도 주말이면 항상 붙어서 놀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주말에는 주로 놀이동산을 가거나 조부모님을 뵈러 가는 일정들이 있어 집에서 편안하게 놀 시간은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뭘 하며 놀아줘야 하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는 나에게 많은 놀이를 제안하고 먼저 행동하고 나를 이끌어주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친구와 함께 깔깔 웃으며 노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친구같이 나와 눈을 맞추고, 템포를 함께하는 딸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딸과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딸이 나와 놀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놀이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아이가 자라는 시간은 내가 늙는 시간에 비해 더 빠른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커버린 내 딸은 작은 몸에 내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상상력을 품고 있고, 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능력도 많다. 그 조그만 몸으로 모든 것을 다 하겠노라 바쁘게 움직이고 그 작은 입으로 쉴 새 없이도 말한다. 너무 신기하고 너무 귀엽다.
주말이면 주중에 기관에 다니느라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을 보상하겠다는 심리가 발동해 특별한 일들로 일상을 채워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에 비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별거 없이 그냥 집에 있었을 뿐인데도 특별하게 계획한 날보다도 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시선을 생각해 아이가 즐거워할만한 일들을 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는 그냥 부모와 온전히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역시 행복은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