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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ㄸㄸ May 24. 2024

나도 저녁에 술을 마시러 나가고 싶다

육아를 하면서 고려하게 되는 기회비용들



인생은 유한하다.

삶의 모든 것이 유한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하고 포기를 한다.

나는 요새 많이 포기하고 살고 있다.

포기? 선택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 같다.


그래. 난 요새 단호하게 선택을 하며 살고 있다.




내 딸은 요새 엄마껌딱지다.


뭘 하든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하고 엄마가 해줘야 하며 엄마가 같이 해야만 한다. 기관을 다니기 전에도 엄마바라기였는데 기관을 다니면서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기분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아이와 함께하던 일상의 절반이 혼자 하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할 일이 많아 바쁘지만 가끔 빈 시간이면 딸은 잘 놀고 있나 궁금하고 보고 싶다. 그러다 보니 하원 후 딸과의 시간이 소중하다. 조잘조잘 이야기해 주는 입과 같이 씰룩거리는 볼따구가, 반짝이는 눈이 너무나도 예쁘기만 하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기만 한다.


당연히 하원하면 함께 있는 엄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딸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나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나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또 마음이 저릿저릿하기도 하다. 이게 과연 몇 년이나 될까?


그래서 나는 선택을 한다.

초대해 주는 고마운 친구들의 호의를 거절하고 즐거움이 가득할 것이 예상되는 저녁모임자리도 외면한다. 너무 피곤해서 녹초가 될지라도 내 딸과 누워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의 즐거움을 좀 더 누리고 싶기 때문에 딸과 있는 시간을 선택한다.


엄마와 함께 목욕을 해야 하고, 잠들기 전에는 엄마가 노래를 불러줘야만 한다. 잠들기 전 많은 의식이 있지만 노래 부르기는 특히 빼먹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식이다. 몇 년이나 엄마가 노래를 더 불러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제발 자라며 꼭 안아주며 장난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하루하루의 잠들기 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가끔 자유롭게 나가서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체력을 소진하면 다음 날 다가올 타격이 무섭고, 딸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딸이 잠들면 체력이 충전되는 나지만, 그래도 다음 날을 위해 1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질이 좋은 수면을 위해 카페인도 조절하고 야식도 조절한다. 잘 자야만 다음 날 딸에 대한 인내심도 잘 발휘된다.


친구들은 점심때 만나면 된다. 술은 뭐 안 먹어도 그만이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재미있는 대화 중간에 나와야 할 때도 많지만 어쩌면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가 요새 더 건강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집착이 없고 적정한 선이 항상 지켜지고 있다.


모든 것은 역시 마음먹기 달렸다.

흔들림 없는 심지를 가지고 내가 하는 선택들을 소중하게 여기다 보면 내 인생은 그 무엇보다 소중해진다.


자. 오늘은 불금이지만, 오늘도 술은 글렀고,

딸이랑 또 신나게 놀아줄 준비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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