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회복 중입니다 2

전복 닭고기죽

by Audrey

독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책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Chicken soup for the Soul)>에는 실제 닭고기 스프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제목이 닭고기 스프인 이유는,미국 문화에서 그것이 아플 때 몸을 데우는 음식, 곧 위로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이처럼 특별한 닭고기스프, 닭고기죽이 있다.

’미국 할머니들은 애기가 아플때 닭고기를 푹 삶아 죽을 끓여줬대.‘ 아이가 아플 때면 엄마가 늘 해주시던 말이다. 육아의 ㅇ자도 모르던 초보엄마 시절, 엄마의 말은 곧 성경의 한구절 같았고, 그래서 아이가 아플 때면 난 어김없이 닭고기죽을 끓여 먹였다.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줄줄 나든, 열이 나든, 닭죽은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었다. 닭을 손질해 푹 고아내고, 살을 조심스레 발라 미음처럼 부드럽게 풀어내던 그 과정이 어쩌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간호였다.


아이는 어느새 열 살이 되었고, 어려서보다 잔병치레는 덜하지만 이른 여름 무더위에 기력을 잃었는지

뭘 해줘도 조금 먹다 마는 모습에 결국 나는 닭 한 마리를 주문했다.

물로 한 번 헹군 닭의 속을 조심스레 정리하고 기름기 많은 부분을 보이는 대로 다 떼어냈다. 누군가 그랬다 이건 사랑 아니면 못한다고.

전기 냄비에 닭을 담고 물이 잠기도록 붓는다. 손질은 어렵지 않았고 냄비 안의 그림도 꽤 익숙했다. 무심하게 툭툭 자른 대파 몇 줄기, 양파 반쪽, 마늘 한 웅큼을 넣고 한 시간 정도 푹 끓여낸다.

아! 삶을 때 소금 한 꼬집과 조선간장 한 숟가락은 꼭 넣어야 한다. 닭을 삶을 때부터 간을 해줘야 뽀얀 닭고기 살만 먹어도 감칠맛이 살아난다.

3-40분쯤 지나니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냄새만으로도 아는맛, 아는맛이 무서운 법이다.

전복은 이쯤 넣으면 알맞게 익는데 부들부들하게 익혀먹는것을 좋아하면 처음부터 넣어도 상관없다.


한 시간 동안 푹 삶은 뒤 국물 위에 떠오른 기름을 조금걷어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국물을 한 숟갈 떠 간을 본다. 몸속 장기들이 다 따뜻해질 만큼 깊고 뜨겁고도 시원한 국물이 나온다.


이대로 한그릇 떠서 밥을 말아먹어도 좋다. 이렇게 먹으면 닭곰탕.

어느때는 누룽지를 일부러 눌려 누룽지로 죽을 끓여보기도 한다. 구수함이 일품이다.

시중에 파는 쫀득쫀득한 죽을 원한다면 찹쌀을 불려 죽을 끓여본다. 찹쌀을 씻어서 닭을 삶는 동안만 불려도 충분하다. 냄비 한가득 끓여보기도 했는데 식구가 많지 않다면 먹을 양만큼만 국물을 덜어서 따로 죽을 끓이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는 오래간만에 한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한 그릇 더 줘’라고 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뜨끈한 죽 한그릇을 떠먹는 일. 그 어색한 조합이 이상하게도 묘하게 어울린다.

애나 어른이나 맛있는건 알아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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