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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쁘게 Oct 23. 2024

나와 같은 신을 믿는다던  그의 어머니의 말

미안함 따위는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나는 네 말을 전혀 믿을 수 없다. 내가 아는 내 아들은 성매매와 같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고, 양쪽말을 다 들어봐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설마 그렇다 쳐도 남자가 결혼 전에 그럴 수도 있지. 너 소설 쓰니? 그렇게 의심이 많아서 어떤 남자가 좋다고 하겠니, 내 아들이 너 때문에 고모부 장례식장에서 자기가 성매매를 했다고 얘기했다더라. 그래서 그게 친가 쪽에 다 소문이 나서 내 남편에게까지 물어봤다더라.' oo이가 성매매 했다면서? 그래서 여자가 그걸 알고 안 살 거라고 했다는데 사실이냐?' 물었다는데 창피해서 살 수가 없더라. 어떻게 친척이라는 사람들이 우리 집에 얘기를 해주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다 소문을 내고, 우리랑 척을 지냐고. 우리가 얼마나 자기들에게 잘했는데, 편을 들어주고 이해해주지는 못할 망정 우리랑 연을 끊어? 내 아들이지만 왜 그런 얘기를 술 먹고서 해서. 아버지랑 나랑 창피해서 살 수가 없어. 이 얘기도 너만 알아. 내 아들 마음 아플까 봐 얘기 안 했으니까. 네가 내 아들이 성매매 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왜 안 지웠니? 내 아들이 또 그런 일을 했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데? 넌 그 증거를 어떻게 얻었는데? 네가 우리 아들과 안 산다면 어쩌겠니. 너도 다른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내 아들이 다른 여자가 좋다는데, 다 큰 아들을 내가 어떻게 하겠니? 때리겠니, 끌고 오겠니. 신께 기도하자. 네가 시험관 한다고 돈을 너무 다 써서 우리 아들이 그 힘든 외국에 가서도 돈을 하나도 못 모았다고 하잖아. 너 한국에서 뭐 하니? 왜 일을 안 하니? 여자가 집에 있으면 괜히 우울증이나 오고, 우울증 오면 좋다고 할 남자 하나도 없다. 남자들은 여자들 우울증 오면 못 산다고 이혼하자고 한다. 그러니 너 필리핀 가서 인건비가 너무 싸서 한 달에 25만 원을 벌던 30만 원을 벌던 일해라. 그리고 아이는 네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니? 하나님이 주셔야 하는 거야. 내가 기도드렸을 때 네가 분명히 우리 아들 배우자라고 응답받았고, 우리 아들은 늦게 결혼할 것이랬고, 그리고 우리 아들에게 자식이 하나 있을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난 걱정 안 해. 하나님을 믿고 기다리면 음란의 영을 떼어 주실 거야.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이런 건 없어. 걔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이혼하고 어린 여자와 살던 건, 그 당시엔 다들 여자 여럿 데리고 살았어. 우리 집안만 그런 게 아니라고. 그건 흉볼 것에 속하지도 않아. 다 그랬으니까. 너 내가 내 아들에게 1700만 원 준 것 아니? 물론 걔가 우리에게 1000만 원 용돈도 줬었고, 다달이 용돈도 줬었지만, 너한테 1700만 원 준 것 얘기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넌 모른 척 해라. 내 아들은 원래 평소에도 연락이 없어. 그냥 잘 사나 보다 해. 우리 부부가 연애하고 결혼한 얘기를 걔가 왜 아니? 나는 걔 하나 낳고 애가 장난기가 하도 많아서 도저히 교회에 갈 수가 없어서, 하나님께 기도했어. 애는 쟤 하나로 족하다고. 걔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면 너한테 그러겠니? 네가 네 부모에게 그랬다는 얘기를 했으니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너희 가족보기도 고통스럽고, 널 볼 때도 고통스러워서 네게 모질게 구는 거야. 또 그런 일이 있다고 너희 집에 설마 얘기한 건 아니지? 절대 알리면 안 된다. 주님이 네게 큰 복을 주시려고 네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거야. 네게 큰 복을 주시려나보다. 너 때문에 네 전화를 받고 내가 너무 속상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자고 꼴딱 샜다. 너 다시는 내게 전화해서 내 아들 얘기하지 마라. 등등.

그녀가 내게 한 많은 말들은 내 면전에 대고 한 모멸감 섞인 그저 자기 아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그것을 얘기한 나.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했다. 내가 내 가족에게 얘기하지 않고, 조용히 살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단다. 모든 근심의 근원이 다 나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 외에도 너무나 많은 명언들로 나를 기함하게 하였지만, 참으로 다시 한번 신을 생각하게 해 준 이었다. 자신의 말이 다 맞다고. 자신이 믿고 있는 신이 옳다며. 자신의 아들은 교회 청년부 회장까지 했던 아이라며 큰 소리를 쳤었다. 미안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보통은 부모들도 자신들이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미안한 척이라도 한다는데, 내가 본 나의 부모님도 항상 그랬었는데, 우리가 잘못하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는데, 그런 기본조차 바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려던 통화에서 결국 난 엉엉 울면서 그녀에게 소리쳤다. '성병 걸린 필리핀 며느리와 성병 걸린 아들, 그리고 그들이 낳은 손주 데리고 잘 사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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