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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Nov 18. 2022

수레바퀴 위의 데미안

보글보글 글놀이 주제 '이별'

저는 지금 수레바퀴 아래에 있는 기분입니다.

하기 싫은 일은 뒤로 미루고 해야 할 일을 못 본척하며 깔리기 직전의 위태로운 상태.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숙제가 하기 싫은 아이들의 마음을 엄마가 오히려 더  이해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주어지는 주제를 어떻게 뒤집어서 생각해 볼까? 고민하던 시간도 있었는데 글쓰기 슬럼프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변명입니다. 그냥 하기 싫은 겁니다.

주제 글쓰기가 갑자기 하기 싫은 겁니다. 숙제가 싫고 자유롭게 마음껏 놀고 싶어서 이 나이에 그저 놀고만 싶어서 해야만 하는 일에 괜히 반항을 부리는 겁니다. 이게 다 글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제게 이별을 가르쳤습니다. 수동적인 삶과 이별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저 글을 읽기만 했던 이전의 삶과 다른 사람으로 살게 눈을 바꾸어주고 머리와 가슴을 변화시켜주었습니다. 그런 쓰는 사람으로 겨우 몇 년 살아보고 나니 늦은 사춘기가 왔나 봅니다. 3차 성징이 일어난 듯합니다. 남성 여성의 성별이 구분되는 생물학적 개념의 2차 성징 이후 갱년기로 불리는 3차 성징이 드디어 온 것일까요?


제 나이나 여러 변명들을 종합해 보면 뇌와 정신도 바뀌어지는 다음 단계에 와있음을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그다음 막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아직 되어있지 않은 것인지 지난주 주제부터 이번 주 ‘이별’이라는 단어 앞에서 괜한 저항이 올라와 글이 써지질 않네요.


보내고 싶지 않은 겁니다. 젊음을, 열정을, 그 활기를 아직 보내주고 싶지 않습니다. 이별하고 싶지 않아서 다음 단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헤어짐이 있어야 그 자리에 새로운 만남이 들어섭니다. 물건을 정리하고 비워야 새로운 공간에 또 채워짐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죠. 네네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별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조차 싫은 것은  왠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쌓인 수많은 이별 이야기들이 아프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행복과 불행 중에 고통의 감정과 연결된 불행한 기억이 더 강렬하고 쉽게 떠오릅니다. 분명 수많은 ‘만남’이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설레고 즐거운 기억들보다 ‘이별’의 서늘한 감정이 더 깊이 감정 안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글을 쓰며 새로운 글 친구를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만남과 즐거운 자극들은 어릴 때와 다르게 줄어들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상대적으로 이별의 횟수가 많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사실 행복과 불행, 만남과 이별은 반대로 보이지만 극단에 가서는 어딘가 맞닿아 있습니다. 계속 돌고 도는 것인데도 마음은 성장기의 방황하던 버릇을 잊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알을 깨고 나오듯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 <데미안>의 싱클레어,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가 그러하였듯 만남과 이별과 성장은 함께 이어져왔습니다.


젊은 시절 밖으로 알을 깨고 나오던 열정과 순수함과 다르게 중년의 알은 안으로 쌓여 있던 내면의 딱딱한 알을 깨야하기에 힘듭니다. 굳이 깨고 들어가지 않아도 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에 특별히 할 필요도 없어 내면의 성장은 더 어렵습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로 자꾸만 돌아가서 자책하거나 해야 할 일상의 일들을 미루며 게으름을 피우는 등 거꾸로 퇴보를 하면서도 내면의 성장에 대한 욕심을 부립니다.


멜로디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가사를 전하고 싶어 올드팝 속의 가사를 전하고 다음 주 한주일 더 성숙한 상태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모든 것은 변해요 Everything Must Change>

-베너드 아이그너 작곡 / 퀸시 존스 노래 /1974


모든 것은 변해요.

머무는 것이란 없어요.

누구나가 변해가요.

머무는 것이란 없어요.

젊음은 나이를 먹고,

신비는 풀려요.

그것이 시간의 장난이라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얼마 없어요.

그러나 구름에서 비는 내리고,

하늘에서 태양은 빛나고,

그리고 새는 날아요.

겨울은 봄이 되고,

상처받은 마음은 고쳐져요.

그러나 그것은 천천히.

그래요,

모든 것은 변해요.

그리고 음악은 나를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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