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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Feb 04. 2023

가면이 가면

보글보글 글놀이 1월 5주 '마스크'

2월이 되어 우리가 만나게 된 서로의 얼굴.

마스크를 벗고 우리가 나의 생김 그대로 거추장스러운 한 겹을 내려놓고도 상대를 마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2월에도 굳이 마스크를 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2023. 2. 3일자 KBS뉴스_외신도 주목한 한국인이 마스크를 안벗는 이유)​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와 여전한 감염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고 마스크를 쓰는 게 단지 편해서 라는 이유를 대는 사람도 꽤 많다.


어느덧 습관이  표정은 마스크 뒤에서 숨는  편해져 버렸다. 세상의 기쁨과 아름다움에 그다지 열심히 반응할 필요 없이 무심하게 사는  편해져 버렸다. 그런데 그것 과연 나에게 진정 편한 일일까?




비행기에서 캐빈매니저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기내방송은 등급이 있어 그 비행에서 가장 높은 방송 등급 승무원이 하게 되어 있는데 그날 방송이 유달리 밝고 따뜻해서 그녀가 방송하는 모습을 유심히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녀는 잠시 표정과 호흡을 가다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순간 무릎에 올려둔 방송문이 귀여운 고양이로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가 삶을 대하는 모습이 어떤지는 우리가 만나는 주변의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잘 관찰해 보면 된다. 사랑스러운 존재를 볼 때 내 얼굴은 어떤가? 예를 들어 고양이나 강아지, 순수한 아기들의 모습에 우리 얼굴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사랑하는 표정이 된다. 강아지를 위해서 웃어주는 것이 아니고 저절로 웃는다. 그리고 그 얼굴은 무척 아름답다.


그런데 마스크가 있어서 표정관리 안 해도 되니 편하다고 느끼는 마음은 상대를 위해 억지로 의식적인 표정을 만들려고 애를 안 써도 되니 편하다는 뜻이다. 평소 짜증 나는 직장동료뿐 사랑스러운 존재가 별로 없어 저절로 미소 지을 일이 별로 없다거나 혹은 직업 때문에 사회적인 미소를 억지로 짓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계속 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대상에 전혀 미소가 나오지 않기에 내가 무표정 무감각하겠다는 쪽보다, 내쪽에서 먼저 웃어 보이는 편이 사실 나에게 좋다. 부모가 낳아주신 얼굴이 어떻더라도  나이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명언을 기억하는가. 지금의 얼굴은 내가 만든 것이다.


평소에 내가 오래 짓는 그 표정이 나를 만든다. 무표정으로 마스크 뒤에 숨으면 그 딱딱히 굳은 감정이 내 삶이 된다. 내가 나에게 재미없이 건조한 삶을 살기로 선택하는 셈이다.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좋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사랑할 것들을 발견하는 사람의 눈, 또 그 아래 입은 마스크 뒤에서도 그동안 열심히 웃고 있었다. 그들은 마스크를 벗어도 얼굴의 근육은 여전히 살아있다.

3년 동안 마스크 때문에 내가 할 수 없었던 것들에 얼굴을 쳐지게 만들기보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즐기며 살 기대에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기대한다.


우리는 이제 마스크- 가면을 벗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진짜 얼굴로 살라는 요청을 듣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나를 보이고 나 자신의 모습으로 타인을 용감하게 만나 더 웃어 보이면 어떨까?

마스크_가면이 상징하는 허세나 위선을 벗고

가리다 보니 더 커져버린 두려움도 벗고 ‘진짜 얼굴’을 찾아가야 할 시간이다.


내가 어떻게 생겨있더라도 나 다움으로 나 자신 그대로 원래 가진 내 얼굴 내 진짜 얼굴을 드러내 세상에게 활짝 사랑을 전할 시간이 정말 반갑다.


오래 쓰고 있던

가면이 가면

내 진짜얼굴로 더 큰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음을

나는 이제 천천히 경험하기 시작할 것이다.


2월이면 가면축제로 유명한 베네치아에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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