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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Feb 02. 2023

히잡 속의 미소

Clare! 내 수업에서 만이라도 너의 입 모양을 보면서 수업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D 선생님은 A국가 출신의 C를 향해 말했다. 순간 교실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모든 학생의 귀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늘어나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간의 고요가 어떤 겨울밤처럼 추웠고 소지품을 챙겨서 교실을 떠난 C는 그 이후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래전 어학연수원 수업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영어 수업은 발음을 배울 때 입 모양을 유난히 강조하는 스펠링이 있다. 예를 들면 V, F 등과 같은 것은 입 모양이 중요해서 한 명 한 명 확인하며 발음을 교정해 주었던 D 선생님.

눈만 보이고 온몸을 천으로 두른 이슬람교를 믿는 C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설명이 불가능해서 교실을 떠났을지 종교적으로 히잡을 벗는 일이 불가능 했을지 알 수 없었다.

나의 경우도 히잡을 두르고 있는 사람에게는 왠지 말을 건네기 쉽지 않았다. 머리만 가린 히잡은 그래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린 사람들은 왠지 울타리 같은 의미가 전달되어 대화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만 하는 지난 3년간의 생활이 얼마나 많이 불편함을 견뎌야 했을까?

첫 외출을 시작한 유아들은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사람들의 미소가 어떤 모습일지 바깥세상은 온통 눈 만 보이는 사람들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바꾸기에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혼란을 겪어야 할지 안타깝다.


마스크 착용이 많은 장소에서 해제된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마주할 미소들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봄이 성큼 다가온 것처럼 기쁜 소식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이 안타깝게 들렸다. 3년간의 긴 세월을 마스크와 함께했기에 바꾸기 쉽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마스크 속 공기보다 외부의 신선한 공기와 데이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아들이 어릴 적에 겨울이면 유난히 감기에 자주 걸렸다. 그때 소아과 의사가 했던 말이 집 안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해도 집 밖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다고 했다. 그래서 환기를 자주 시키고 외출도 자주 해주라고 했던 말에 환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어쩌면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히잡 속의 미소가 되지 않도록 마스크 해제를 통해 답답하게 숨어있던 마스크 속 미소를 서로 주고받으며 지내기를 희망해 본다.  


한 줄 요약: 미소야 나오너라 마스크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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