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깝게 지내는 P는 나를 친구라고 말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15살 정도 많다 보니 우리의 친구라는 감정은 아직 생기지 않았다.
P가 작은 봉투를 건네며 초대장이니 참석여부를 문자로 알려달라고 했다. 카드에는 결혼 50주년 홈파티를 하는데 각자 먹을 것은 가지고 오고 선물은 사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파티에 초대된 사람은 55~60명 정도이며 가까운 친구 몇 명하고 모두 친인척이라고 했다.
음식을 고민하다가 잡채를 했다. 잡채를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 무쌈도 한 접시 만들어서 갔다. 사람들이 한 접시씩 가지고 오는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놓으니 마치 뷔페 음식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신기하기도 했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음식들도 꽤 있었다.
음료수와 술은 준비되어 있었고 오는 사람들마다 간단한 과자와 맥주 한 병씩 들고 이야기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사했다. 각 테이블에는 과자 한 접시씩 놓여 있었지만 풍성한 대화가 오고 갔다.
갑자기 신혼 때 집들이했던 생각이 났다. 자주 먹는 음식은 피하고 뭔가 좀 신선하고 새로운 음식으로 대접하고 싶다고 고민하다 추천받은 메뉴가 샤부샤부와 무쌈이었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느라 하루 전날 거의 밤을 새웠다. 20명 가까이 오신 시댁 식구들이 음식을 거의 다 드셨을 때쯤 큰 아주버님께서 무엇을 먹으라고 사람을 부른 거냐며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남편은 '형님 집사람이 밤새워 준비한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하자 둘째 형님이' 나는 너무 맛있게 먹었다'라고 했다. 칭찬을 받을 줄 알았던 새댁이 불평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우리나라는 초대부터 끝날 때까지 며칠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호주는 규모가 크건 작건 모이기로 하면 음식 한 접시는 기본이고 개인의 사정에 따라 과자나 빵, 과일 등이라도 가지고 간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P의 집은 음식도 풍성하고 서로 부담도 없고 함께하는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를 시도해 보면 서로 모여서 안부를 묻고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P의 딸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며 노래 한곡 불렀고 P, G부부는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주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함께라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하자며 포옹과 키스로 마무리했다.
손녀 손자가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고 연주도 하고 사람들은 듣고 이야기하고 마시고 손뼉 치고 웃고 주고받는 미소 속에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