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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양 Mar 12. 2024

간호 석사 졸업까지


 중환자실 5년 차 대학원에 입학했다. 고민이 많았다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좋을지. 그런데 그냥 무엇이든 배우고 싶었다. 더 배우면 더 넓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원에서 지원을 해주는 혜택까지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은 대학교가 아니었다. 배우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간호를 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커리큘럼 내에 자신의 일을 소개하기도 하고 경험한 지식들을 펼치는 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매 수업들을 통해 내 부서에 접목하면 좋겠는걸? 내 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는걸?


 여러 생각들이 팝콘같이 튀어나오게 되는 좋은 장이었다.

 장기기증 관련 업무를 하던 당시 함께 일하는 의학교수는 내게 많은 경험을 하게 했다. 질문 폭격기였다. “장기기증이 왜 성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코디네이터님?” 물음표에 끝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안 되는 거지? 묻고 또 물으니 여러 마침표들이 나왔고 그걸 토대로 내가 겪어본 사례들로 정의 내리기에는 수가 적다고 생각해 국가기관에 자료를 받아서 통계 내었다. 그렇게 결과가 도출되었고 그 결과를 학회에 발표하여 한국의 코디네이터들과 공유했다.

 대학원 다닐 당시 혼란도 있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근무시간 이외에도 일을 해야 했는데 전국의 장기기증자가 생길 때마다 연락이 오면 1~2시간 안에 장기이식을 받을지 의료진 간 상의를 통해 결정해야 했다. 대학원을 다니기 전에는 모든 일을 장기이식일 뒤에 미뤄놨었다. 그런데 대학원을 다니니 장기기증 연락 시 수업을 미룰 수도 없고 혼란스러웠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대학원 3학년이 되고 논문을 만들기 위해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수업을 들어본 적 없던 처음 보는 교수님께서 내 지도교수님이 되었는데 나도 참 얼마나 답답했는지, 그 교수님을 뵙고 처음 나눈 이야기가 논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내 처해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도교수님 : 수업은 일에 지장 미치지 않을 만큼 듣고 일로 인해 수업을 못 오면 교수님께 메일로 말씀을 드려요. 대신 학점은 포기하고 나랑 논문을 써서 졸업하면 돼요.

 이 말이 엄청 위로가 되었다. 아니 꼭 하늘에서 신이 나에게 답을 준 것 같았다. 수업도 잘 듣고 싶고 과제도 잘 내고 싶고 일도 잘하고 싶던 내가 여러 벽 사이에 끼어있어 숨 못 쉬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교수님이 나를 살렸다. 그때 이후 편해졌다 모든 게. 수업을 들을 때도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장기이식 일이 생겼을 때도 장기이식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논문 제작에 시간을 쓸 수 있었고 그때부터 내 논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학위 논문의 주제는 신장이식 환자들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들을 매일 보는 간호사로 그들이 1년 차, 2년 차, 3년 차, 4,5년 차마다의 모습, 경험들, 이야기들이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했고 그걸 주제로 환자들을 면담하고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했다.

 그렇게 나는 장기이식에 대한 이야기로, 아니 내 이야기로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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