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나는 꿈을 꾸기 위해 삶이 필요하다네.
“이제 더 이상 행복할 필요 없어.”
딸각. 왼손으로 스위치를 누르면 방은 어둠에 잠겨. 삶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 내일의 태양은 오늘의 달을 가리기에 충분히 크지. 난 지나간 시간을 돌아 볼 여유가 없어. 다가오는 시간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니까.
그런데, 정말 그런데 말이야. 눈 감은 세상 속에 너와 내가 있었어. 꿈인 걸까? 그렇겠지. 정말 그렇겠지. 눈 뜬 세상은 행복을 허락하지 않으니까.
우린 김밥을 먹고 있네. 넌 계란 폭탄 김밥을, 나는 꼬마 김밥을. 난 김밥 맛을 느끼지 못해. 아니, 느낄 필요도 없지. 너와 함께 있다면 난 그 어떤 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
행복했냐고? 응. 그랬어. 삶에서 이 이상의 행복을 바란 적 없어. 이 정도면 된 거야. 세상이 이 정도의 행복을 내게 허락해 준다면 난 감사히 살 거야.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이웃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될 거야. 무단횡단도 하지 않을 거고 버스를 뒷문으로 타지도 않을 거야. 쓰레기 분리수거도 잘할 거고 고기도 동물복지 농장에서 키운 것만 먹을 거야. 아, 그래. 이 정도면 돼. 더 이상 안 바라. 너와 내가 함께 있고 걱정 없이 김밥을 사 먹을 수 있다면 난 좋아. 월급이 적다고 투덜대지도 않을게. 네가 있다면. 아, 네가 있다면.
‘띠리링. 띠리링.’
알람 소리가 울리고 그렇게 난 눈을 뜨네. 너는 없고 떠오르는 태양만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네.
그대여, 그대는 내가 바란 행복 그 이상을 주었다네. 나는 이제 더 이상 행복할 필요가 없다네. 이미 충분히 행복했기에. 난 그대의 먹잇감이 되겠네. 그대는 나를 먹고 먹이 사슬 위로 올라가리라.
누군가는 그랬다네. 인간은 현실을 살기 위해 꿈이 필요하다고. 그대여, 나는 꿈을 꾸기 위해 삶이 필요하다네.
그대여, 나의 그대여. 난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네. 난 정말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네. 그대의 먹이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