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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 나의 별빛 Mar 17. 2024

이 세상에 남사친 여사친은 없어.

그저 너와 내가 편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누군가의 약점을 가지고 협박해도 되는 걸까? 난 성당에 갔어. 성모마리아님이 인자한 모습으로 나에게 웃어 주셨어. 성모마리아님은 신을 만들었다고 그래. 그러니까 촌수를 따지면 신보다 높은 거야. 아버지보다 할아버지가 더 높고, 아들보다 아버지가 더 높잖아? 그렇게 신보다 성모마리아의 촌수가 더 높아. 두 사람은 일촌이지.


나는 우리 상사가 어떤 여자의 차에서 내리는 걸 보았어. 운전은 여자가 하고 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어. 두 사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어. 내가 말했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나는 코를 킁킁거렸어. 냄새를 맡기 위함이었지. 그 두 사람 사이는 분명 보통 사이가 아니야! 냄새가 달라.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는 한 침대를 쓸 수 있는 사람과 절대로 쓸 수 없는 사람만 있을 뿐이야. 남사친과 여사친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공의 개념일 뿐이야. 마치 드래곤이나 제우스나 포세이돈이나 아테네처럼 말이야. 이 세상에 남사친과 여사친은 없어! 단지 함께 이불을 덮을 수 있는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만이 있을 뿐이야!


우리 상사와 그녀의 관계는 분명 한 침대를 쓸 수 있는 관계였어. 나는 자세히 지켜보았어. 허블이 망원경으로 우주가 팽창하는 걸 바라보듯이 나는 내 갤럭시 카메라를 잔뜩 줌을 한 후 상사의 표정을 자세하게 관찰했어. 그는 상기되어 있었어. 피가 얼굴로 쏠리고 있었지. 그러나 난 확신해. 피는 그의 얼굴에만 쏠리고 있지 않았어. 그의 아랫부분으로도 피가 쏠리고 있다는 걸 난 직감적으로 알 수 었었어.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마음을 허락한 사이이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하나듯 마음과 몸은 하나다. 따라서 두 사람은 몸까지 허락한 사이다. 두 사람은 부부인가? 아니다. 아니야. 나는 분명 우리 상사 책상에 있는 가족 사진을 기억해. 그 사진 속 여자와 저 여자는 너무 달라. 포토샵일까? 아니면 AI 보정일까? 그럴 수도 있어. 즉, 두 사람은 부부일 수도 있고 불륜일 수도 있어. 난 경찰이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그 어떤 것도 확신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상사는 “자기야, 내일 봐. 사랑해.”라고 말하며 차에서 내렸고 난 확실한 증거를 얻었어. 자기야? 사랑해? 부부 간에 결코 나올 수 없는 억양을 가진 그 단어를 본 후 난 상사가 바람을 피고 있다고 확신했어. 그리고 생각했지. 아, 약점 잡았다. 넌 이제 내 손 안의 쥐다라고. 내일 불륜을 빌미로 상사를 협박할 거고 그렇게 나와 너의 직장 생활은 한층 쉬워질 거야. 그렇지?


들뜬 마음으로 잠을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


“아들아, 왜 죄를 지으려 하느냐?”


난 “누구세요?”라고 물었지.


“난 너의 아버지다.”라는 대답이 들려왔어. 아버지가 어떻게 관짝에서 나올 수 있는지 한참 생각했지. 분명 단단히 못질을 했거든.


“난 너의 아버지다.”


다시 목소리가 들렸고 난 피곤해서 그냥 잤어.


그렇게 내 삶은 복잡해지기 시작했지. 난 별 생각 없었어. 그냥 불륜으로 상사를 협박해서 너와 내가 편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나 삶은 언제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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