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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 나의 별빛 Mar 11. 2024

돈 없고 힘 없어? 그럼 입 닫고 살아.

그대여, 내게 돈이 있다면 그대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대여, 나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한다네. 난 그대를 바라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네. 도저히 숨길 수 없었기에. 그대에게 빠진 내 눈빛을.


우리는 같은 직장에 있었고 그렇게 우리 관계를 숨겼지. 그러나 그대여, 가난을 숨길 수 없듯이 사랑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네. 그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게는 봄바람처럼 설레었고 그대의 웃음 하나하나가 여름날의 태양처럼 밝았다네. 그대여, 나는 노력했네. 그러나 이성은 감정의 노예요, 노예가 주인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네.


그대여, 나의 그대여. 우리 상사는 그대에게 성희롱을 하곤 했네. 그대여, 나는 살인 충동이 무엇인지 알았네. 그의 졸렬한 웃음을 볼 때, 그 비열한 말들을 들을 때 나는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네.


“괜찮아. 우리 조직은 폐쇄적이잖아. 괜히 나 때문에 상사에게 밉보이지 마. 직장생활 힘들어져.”


그대여, 나의 그대여. 그대는 그 상황에서도 나를 걱정했던 것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떨어졌네. 어깨가 들썩거리도록 눈물을 흘렸네. 그대여, 내게 힘이 있었다면 그대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대여, 내게 돈이 있다면 그대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그대여, 나는 가난이 무엇인지 알았네. 그대여, 나는 사회에서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알았네. 나는 중얼거렸네.


“이게 삶이라는 게임의 룰이구나. 알겠다. 룰을 따르겠다. 그리고 이기겠다.”


그대여, 나의 그대여. 나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네. 그대를 지킬 수 있다면 난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네.


상사가 제복을 벗게 만든 건 바로 나였다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지. 그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지. 우리 상사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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