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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 나의 별빛 Mar 09. 2024

넌 치매가 웃기니? "응."

있잖아, 나랑 동생 중 누가 더 많은 유산을 받게 될까?

있잖아. 명절 때 할머니를 보러 요양원에 갔어. 물론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고. 엄마는 당연히 기억 못하고.


“할머니, 할머니. 손자 왔어요.”


이렇게 몇 번 말해도 눈만 껌뻑껌뻑하고 아무 말이 없어. 이런 말 하면 실례지만 너한테 쓰는 편지니까 솔직히 말할게. 꼭 렉 걸린 컴퓨터를 보는 느낌이었어. 아무리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눌러도 반응이 없는 거야.


“헐머니, 엄마도 왔어. 손자는 기억 못해도 딸은 기억하지?”


이렇게 말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어. 기억을 못 하는 거지.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어제 아드님 다녀가시고 오늘은 따님이 오셨네요.”


옆에 있던 요양보호사가 이렇게 말하더니 할머니 눈에 약간 총기가 돌아왔어. 그러더니 삼촌 이름을 말하는 거야. 딸은 기억 못 하는데 아들은 기억하고 있는 거지! 딸보다 아들을 더 사랑한 거야! 딸은 잊어도 아들은 잊을 수 없는 거야! 그게 우리 할머니의 진심인 거고!


삼촌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요양원비는 나랑 엄마가 내고 있거든? 돈 내는 사람은 사랑받지 못하고 돈 안 내는 사람은 사랑받는 이 상황을 봐! 내리사랑이랑 치사랑이 연결이 안 되는 거지. 엄마는 할머니를 위해 많은 걸 포기했는데 할머니는 여전히 삼촌만 좋아하는 거야. 왜? 엄마는 딸이고 삼촌은 아들이니까!


나, 할머니에 대한 서운한 마음 전혀 없어. 매달 요양원비 나가는 게 조금 내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야. 요양원 나오는 길에 엄청 웃었어. 뭐랄까, 가식 너머에 있는 속마음을 본 느낌? 그래서 꼭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시원한 느낌? 꼭 해가 막 뜰 때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느낌? 그런 게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웃었던 거야.


“왜 웃니?”


엄마가 묻더라. 그래서 말했어.


“웃기잖아, 엄마. 치매라는 거 있잖아. 진짜 웃기지 않아?”


아, 말을 잘못했어. 제대로 말했어야 했는데.


“넌 치매가 웃기니?”


엄마는 약간 기분이 나빴나 봐.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엄마. 먹으면서 설명할게.”


나는 이렇게 말했어. 그리곤 물었지.


“엄마, 명절 때 나한테 복돈으로 5만 원 주고 동생한테는 3만 원 줬잖아. 왜 그랬어? 나랑 동생이랑 똑같이 3만 원 씩 주는 게 더 공평하잖아. 동생은 딸이고 나는 아들이라서 그랬어? 엄마는 동생보다 나를 더 사랑해?”


내 말에 엄마는 정색을 하더니 “나는 아들딸 구분 없이 똑같이 사랑한다.”라고 말하더라고. 명절 때마다 나한테 2만원 씩 더 주면서 말이야.


있잖아, 돈 말이야. 돈이야말로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는 거라고 나한테 누가 그랬거든. 그래서 유산상속을 보면 부모가 누구를 가장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야. 아무튼 난 엄마한테 그랬어.


“알아, 엄마. 그냥 물어봤어. 엄마는 아들딸 구분 없이 다 사랑하지.”


있잖아, 나랑 동생 중 누가 더 많은 유산을 받게 될까? 할머니는 삼촌의 먹이가 되기로 결정했어. 엄마는 누구의 먹이가 될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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