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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돈 Jun 10. 2024

들어가며

역사, 지리, 그리고 예술의 렌즈로 살펴보는 뉴욕의 여러 동네 이야기

뉴욕 생활이 30년째 접어들었으니 이제는 스스로를 뉴요커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는 1990년대 중반에 박사과정을 밟겠다고 이곳에 첫발을 디뎠고, 학위를 받고 나서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유학 오기 전에 꿈꾸던  그런 어떤 훌륭한 곳에 취직이 됐었으니, 당연히 돌아가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직장 될 곳을 답사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일상적인 안내방송을 들었습니다. 


“세계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 뉴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동안 학업과 생업에 바빠서 뉴욕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부족했는데, 이대로 이 특별한 곳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다른 이유도 겹쳐서 결국 뉴욕에 남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 뉴욕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또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동료 교수들 중에서도 박사학위부터 시작해서 계속 뉴욕에 머무른 사람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시 곳곳의 역사, 문화, 그리고 예술을 접할 시간이 많았죠. 이제야 제 자신의 언어로 그 승무원의 추상적인 코멘트를 구체적으로 풀어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뉴욕을 방문하시지만, 명소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맛집 몇 곳에서 식사하고, 브로드웨이 쇼를 보고서는 떠나십니다. 하지만 간혹 “왜 뉴욕이 세계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야?”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본업으로 하는 과학의 영역 밖으로 나와 “뉴욕은 왜 세계의 이목을 끄는 곳이 되었나”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왜 뉴욕이 이 위치에 자리하게 됐는지, 어떻게 해서 이곳이 세계 경제의 심장부가 되었는지, 그리고 뉴욕에서 눈에 띄는 건축과 공간, 그리고 예술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이곳을 지금의 뉴욕으로 일군 사람들, 그리고 오며 가며 알게 된 유명인과 소시민들의 이야기도 곁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뉴욕의 주요 특성을 경험하기 좋은 여행 팁도 여기저기 소개할까 합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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