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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코코 Jun 20. 2024

하얀 전쟁의 작가, 탁월한 번역가 '안정효'님을 기리며

탁월한 번역가인 안정효 작가님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내가 안정효 작가님에 관하여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 외국 문학 작품의 번역과 관련하여 매우 당황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존경하는 번역가이자 '하얀 전쟁'의 작가님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안정효 님이 쓴 저작은 특히 영화로 여러 편이 제작되어서 그는 한 때 인기 있던 분이었다. 나는 '은마는 오지 않는다'와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영화로만 보았고, '하얀 전쟁'은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다. 작가님은 월남전에 직접 군인으로 파병되어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에서 전쟁의 잔혹상과 어두운 면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겪었던 여러 사실들 바탕으로 하얀 전쟁이라는 소중한 작품을 만들어낸 좀 독특한 분이다. 더구나 이 책을 영어로 직접 저술한 것은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내가 읽은 월남전에 관한 여러 작가들의 소설 중에서 '하얀 전쟁'이 단연 수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안정효 작가님은 언젠가부터 창작 소설보다는 번역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가님이 번역한 작품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특히 유명한 콜럼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그의 번역본이다. 내가 몇 편의 글을 읽은 중남미 작품 중에서 유독 이 작품을 거론하는 이유는, 번역에 있어서 우리는 아직도 한계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데 있다. 나는 작년에 안정효작가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연히 이 책을 찾아서 읽었는데, 안정효 님께서 미국 작가가 영어로 번역한 작품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책을 읽은 것이다. 나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기 위해서 어떤 번역서가 가장 훌륭한 책인지 사전에 비교하고 고르는 작업을 하였다. (나는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이 작업을 항상 먼저 시작한다) 그 결과 여러 전문가들이'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책으로는, 안정효 님이 영어 번역서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책을 가장 원작의 내용을 잘 살린 우수한 책으로 추천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당연히 안정효 작가님이 번역한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게 된 것이다. 작가님은 '영어 번역가'인데 왜 이 콜롬비아 작가의 작품에 관하여 거론하는지 궁금해할 분들에게 그 이유에 관한 대답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안정효 님의 번역서를 선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어로 쓰인 작품을 제대로 번역한 작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노벨 문학상을 받게 한 작품으로 중남미의 최고의 작품이며, 심지어 스페인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직접 스페인어에서 한국어로 올바로 번역한 작품이 없다는 사실에, 추천할만한 번역서가 없다는 사실에 슬프기까지 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즉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스페인어 전문가들이 스페인어로 쓴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에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참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이처럼 내가 찾은 정보인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미국인이 영어로 번역한 미국 작품, 이 영어로 쓴 이 작품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안정효 작가님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 원작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한 올바른 번역서라고 여러 전문가가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의견은 절대로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서 10위권의 부자 나라인 한국에서 스페인어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직접 소개하는 실력 있는 번역가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사실은 우리 문학 실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분량이 그다지 긴 작품도 아니다. 매우 슬픈 현실이지만, 아무쪼록 스페인어 전문가들의 분발을 기대할 뿐이다. 이 세상에는 스페인어로 쓴 주옥같은 많은 작품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영어로 쓴 책들만 대부분 인정받는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하여, 어쩌면 인류가 당면한 이런 왜곡된 한계하여 타개하려는 작은 노력이라도 우리는 시도해야만 한다. 이것이 진정한 문학가의 길일 수 있다. 안정효 작가님의 아내와 자제분들도 모두 뛰어난 번역가들이다. 특히 이 가족 안에서 안정효 작가님의 외국어 실력이 가장 뒤진다고 하니, 가족 구성원들의 외국어 실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이야기이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들이 한 가족 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뛰어난 가족 구성원을 키워낸 상황 역시 작가님의 숨겨진 노력의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대단한 가족 구성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귀하고 보배 같은 천재들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안정효 작가님은 실제로 여러 장편 소설을 썼는데, 거의 모두 우리 시대의 슬픈 현실을 따라가면서 쓴 작품들이다. 결코 가볍게 쓴 글이 하나도 없다. 새파랗게 젊은 20대와 30대부터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질곡의 부분찾아내어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국이 처한 그늘의 내막을 냉정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자세를 항상 견지하였다. 그는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에, 잠시 TV 대담프로의 사회자를 시작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사회자로 선정된 것이 기뻐서 열심히 그 시간을 메모하고 기다렸다가 시청하였다. 그런데 이 분은 첫 회부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이 대담프로는 생방송이었기에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TV는 계속 비추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그는 경직되어 있었고 본인도 말이 안 나오니까 매우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서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작가님은 그날 바로 그 프로그램의 사회자에서 하차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런 그가 좀 안타깝기는 했지만 작가는 글을 써서 세상에 알리는 사람이지 굳이 말을 잘할 필요는 없다고, 아직 어린 나의 눈에도 그런 시각으로 이 대담프로 사태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이런 내 의견이 옳다. 작가가 너무 말을 잘하면 어쩌면 그는 작가로서의 생명력이 없어진 작가일 수 있다. 작가는 차라리 말을 잘 못하는 것이 더 멋있을 수 있다. 말을 잘하면 연예인으로 흐르거나 정치인으로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자주 보았다. 안정효 작가님은 더 TV에 모습을 안 비춘 결과가 훨씬 현명하였다. 운둔하는 미국의 토머스 핀천이나 요즘 '모순' 작품이 역행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에 많은 매체에서 취재를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한 양귀자 작가님이 얼마나 멋있는가.


안정효 작가님은 서강대 영문학과에서 영어를 공부하신 분이다. 이 분을 생각하며 글을 쓰다가, 문득 같은 대학의 영문과를 나오고 그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신, 눈물 나도록 그리운 장영희 작가님이 떠올랐다. 다음에는 장영희 교수님에 관하여 글을 올릴 예정이다. 이 분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물이 계속 흐른다. 나는 다음에 맑은 고운 샘물과도 같은 존경하는 장영희 작가님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나는 안정효 작가님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유독 이 분의 여러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어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나도 소설책보다 영화로 먼저 이 분의 작품을 접했을 정도로 영화에 의해서 더 잘 알려진 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되어서, 이 분의 문학 작품이 더 대중에게 알려진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결정적인 이유는 정지영 감독과 장길수 감독이라는 그 시대의 가장 뛰어난 영화감독에 의해서 이 분의 문학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얀 전쟁은 영화에 의해서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눈을 세계로 돌려서 다른 나라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성공한 몇 편의 문학 작품들의 상황에 대하여, 그리고 문학작품과 영화와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거론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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