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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돌을 고른다

매번 봄이면 나는 돌을 줍는다

by 민들레

겨우내 얼었던 땅들이 풀리니 트랙터로 땅을 갈아엎는다.

멀리서 보면 황톳빛 고운 흙무더기로 이랑이랑 길이 나 있는 듯한데 가까이 가서 보면 돌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깨지고 부서져서 흙으로 변하는 돌도 있지만 날카롭고 크기가 커서 비닐을 찢고 나오는 돌들도 있으므로 나는 매해 봄에 갈아진 밭에서 돌을 줍는다.

몇 년째 돌을 주어서 나르는데 땅을 갈면 또 어디선가 돌들은 자꾸 튀어나온다.

오늘도 바람 부는 봄날씨에 돌을 줍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이 밭과 같아서 어느 순간 마음이 출렁이면 내가 보지 못한 돌들이 자꾸 튀어나오는구나. 그때그때 밭의 돌을 줍듯 마음의 돌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걸로 누군가 찔리는 일이 생기겠구나.


나에게 자상하지 않았던 엄마였는데 내 아이들에게 자상한 엄마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한번 일렁인다.

나를 혼내던 엄마 모습, 동생이랑 차별하던 엄마 모습이 돌처럼 튀어나온다.

내가 아이를 낳아보니 아픈 손가락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도 이해되고 결이 맞는 아이가 있다는 말도 이해되는데 내가 아픈 손가락이 아니었을 때, 결이 맞지 않는 아이였을 때의 기억은 자꾸 해소되지 않고 있다가 떠오른다.

이 마음의 돌들은 어떻게 버려야 되나?


밭에서 줍는 돌을 다시 밭 한쪽에다 쌓아두면 트랙터 작업할 때 다시금 밭으로 섞여 들게 마련이다.

해서 돌은 밭과 멀리 떨어진 하우스 옆 축대 있는 곳에 가져다 쌓아둔다.

그래야 그 돌이 다시 밭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마음의 돌들도 그렇게 정리해서 어딘가 다시는 떠오르지 않도록 처분해 버릴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많이 기도도 하지 못했는데 지난주부터 자꾸 "하나님은 다 아신다"는 말씀이 입에서 맴돈다.

내가 이 마음의 돌들을 버리고 싶어 하는 것도 아시겠지?

이 돌들을 어찌 깨버릴 수 있는지도 하나님은 아시겠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기억도 나지 않게 미움도 남지 않게 마음을 다잡는 일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역이다.

아 마음의 돌을 버리는 일은 기도가 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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