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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게 일이고 싶진 않다

약속인데 부담스럽다

by 민들레

나는 전업주부이다.

그러니 회식처럼 약간의 강제성이 있는 밥 먹는 자리에 참석할 일이 없다.

간혹 있다면 가족 행사 정도일 테지만.

내가 해 먹고 싶은 걸 준비해서 식구들과 나눠먹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신랑이 좋아하는 것으로.

먹는다는 건 그렇게 좋아하는 걸 해 주고 나누는 기쁜 일인데 직장생활이 아니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밥 먹는 것을 '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약속을 하는 것부터 계속 마음속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장소를 정함에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이 만남을 지속해야 하나 고민하는 그런 식사자리.

막상 어느 정도 선을 잘 그어서 뭔가 결단을 내리게 하진 않지만 만남이 유지되는 것 외에 더 친해지거나 서로 뭔가 더 나누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 그런 관계.


회사 일을 하는 사람이야 그런 관계가 적지 않을 테고 사회적인 얼굴로 밥을 먹어야 할 때가 많을 테니 몇 달에 한 번쯤인 나의 고민이 비할바는 아니지만...

거의 고립되어 살다시피 해서 편안하고 편안하게만 사는 나는 가끔의 그 한 번이 매번 도전과제다.

텀이 길다 보니 그나마 연락하고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미루고 미루다가 3달 만에 식사자리를 잡았다.

오전에 볼일이 있어 그거 끝나고 움직이면 11시 30분이라는데 그 시간엔 어디를 가도 점심피크시간이라 차로 움직이고 주차의 어려움이 있는 나로서는 부담스럽다. 아마 엄마들이 대부분 조금 이른 브런치로 만나는 데는 주차의 어려움도 한몫하고 아이들 챙겨 먹이고 본인은 먹기 힘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이라 생각한다. 밥도 먹고 차 한잔 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이들 돌아오기 전까지 집에 들어가기 미션으로 주어지는 선택지인 것이다 브런치는.


오늘도 나름의 사회생활이려니 하고 나간다.

편하지 않으니 이 약속은 점점 횟수가 줄게 될 테고 자연스럽게 정리되리라 생각한다.

사고가 터지지 않는 희미하게 이어지는 관계. 내가 사고를 쳐야 하나? 쩝.

알도 안 하는데 밥 먹는 것을 일로 만들고 싶진 않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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