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삼스럽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by 민들레

아이가 알레르기로 인해 한밤중 응급실에 다녀오고 다행히 상황은 바로 호전됐다

그럼에도 응급실을 다녀왔다는 사실 만으로 마음이 썩 좋지 않았고 다시금 아이들끼리 다투고 깔깔 웃으며 보드게임하는 일상이 새삼스럽다고 느껴졌다.

나의 이런 메모에 지인도 마음이 급하다고 급한 걸 감출 수가 없다는 글을 남겼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슬쩍 물어보니 친척분이 돌아가셨단다. 자세한 상황을 물어볼 수는 없지만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걸 보면 평소 위중한 상태는 아니셨을 것이다. 하기사 병원에서 몇 개월의 유예 사망선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죽음이라는 것은 늘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일일테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맞게 될지 모를 일이니 죽음이라는 건 늘 그렇게 갑작스러운 일이겠다는 생각을 또 새삼 하게 되었다.

이제 나이가 중년이 되어가니 그런 갑작스러운 일들이 더더욱 종종 생길 테고 매번 삶은 더 새삼스러워질 테다. 지겹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일상의 어떤 모습이더라도 살아있어야 경험할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할 때 경이롭지 않은 일이 없다.


책을 내고 싶은 소망도 없고 어디 가서 강연을 하고픈 포부도 없다. 그런데도 왜 자꾸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매일 아침에 자신의 짧은 단상 메모를 서로 공유하고 한주에 2개씩 꼬박꼬박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무언가 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한주에 아홉 번씩 적어내고 있다.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이다. 업이 아닌데 내가 뭐 하는 건가 싶고 업이 아니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짧은 글들이라 해도 매주 9개씩 다른 글을 적어내는 일을 작가도 아닌 일반인이 이렇게 하는 건 뭔가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강력한 동기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곱씹어보다가 죽음에 대해 접하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죽음 뒤에도 세상에 내가 왔다 갔다는 흔적을 만들어내고자 함이 아닐까? 그 많은 창작자들이 하는 일이란 본인의 사후에도 남을 명작을, 명화를, 명곡을 만드는 일일테니 몇 세기 동안 이어질 불멸의 고전은 못된다 해도 다만 얼마간 누군가가 읽고 있을지 모를 어떤 글을 적기 위하여 계속 계속 글자들을 써내고 있는 건 아닐는지 결국 얼굴도 모르는 라이크를 눌러주는 손길들 덕분에 하나하나 내 일상을 남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나도 살다 가고. 당신도 그렇게 살다 사라지겠지만. 아쉽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하리라.



keyword
이전 20화생일이 별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