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나 보구나 너도.
며칠간 산불소식으로 여기저기 마음이 불편했다. 하늘 위 헬리콥터를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고 무언가 매달려있기라도 하면 또 어디선가 불이 나 불 끄러 가나 싶어서 기도부터 나왔다.
3월 말까지 눈이 오긴 했지만 그래도 봄. 여기저기 봄 농사를 시작하려면 반가운 봄비가 절실한 터였는데 분무기로 뿌리듯이 흩뿌리고 사라진 봄비에도 아쉽지가 않았다. 그 비가 우리가 아닌 저 불타고 있는 곳에 가서 모아 뿌려진다면 기다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나뿐 아니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도 같은 마음이라니 농사가 업이신 분도 그렇다 하니 정말 마음 모아 비를 구했고 꺼지지 않던 잔불이 비로 인해 정리되었다고 뉴스에 나왔을 때 감사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먼 곳의 산불이 잡히고 이곳에도 반가운 봄비가 밤새 내렸다.
새벽엔 기온이 떨어졌다가 아침에는 햇살이 나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밭에서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안개에 우뚝 서서 각자 장화 신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추운데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얼굴. 가뭄에 비를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라 모두 얕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밭에서 옅은 안개가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나는 밭도 오랜만에 만난 물을 마시느라 숨이 차는 모양이라 생각이 되었다. 기다렸던 만큼 단비였고 단물이었을 것이다. 초보 농사짓는 나보다 아니 그 어느 전문 농사꾼 보다 땅 스스로 그 비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싶어서 그 안개가 땅이 짓는 한숨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여기는 다시 농사가 시작되고 산불이 정리된 곳은 다시금 정리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두 다 큰 한숨 쉬고 자기의 일에 매진할 시간. 부디 서로가 서로를 안타깝게 여기고 애처롭게 여겼던 마음이 오래가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