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견뎌 주어라
자전거를 닦았다.
이사와서 1년이 지나도록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매일같이 타던 자전거를 이토록 오래 방치해두다니... 무심히 버려져 거미줄이 자리잡은 자전거를 닦았다. 아이들 자전거를 사 주었을때가 생각났다.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때.
큰 아이는 민트색을 좋아했다. 보조바퀴 달린, 우리나라 여자아이들 팔할이 거쳐가는 삼천리 핑크색 자전거에서 벗어나 드디어 두 발 자전거를 산 날. 하얀 프레임에 민트색 안장이 얹어진 자전거를 사서 큰 아이 하교 시간에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남편과 같이 기다렸다.
큰 아이는 그 날로부터 딱 이틀 만에 두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큰 아이 무게를 버티며 뒤에서 잡아주기 위해 이틀 동안 나의 몸은 골병이 들었지만 이틀째 큰 아이는 쌩하고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엄마! 이제 놔봐봐.' 라고 말했고, 불안감이 자신감이 되는 순간 아이는 내 손의 도움이 필요없어졌다. 뛸 뜻이 기뻤던 그 환호의 순간. 큰 아이보다 운동신경이 좋은 둘째 녀석은 이틀이 아니라 만 하루만에 보조바퀴를 떼었다. 역시 민트색 자전거와 함께...
둘 다 초여름. 보조바퀴를 떼었다. 땡볕에 아이들 몸무게와 자전거 무게를 견디면서 손목이 얼얼하도록 뒤에서 붙잡아 주었다. 두 녀석이 여자아이들이지만 곡예를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다녔다. 집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뱃길 12KM정도는 주말에 취미삼아 친구들과 왔다갔다 할 정도로 자전거를 사랑했다. 어느날 같은 층 끝 집에 사는 동갑친구가 내게 물었다.
"자기야! 어떻게 두 딸들이 자전거를 그렇게 잘 타? 나 죽겠어."
그 친구는 큰 딸의 보조바퀴를 떼어준다면서 며칠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견디는 때까지 나도 견뎌주면 돼.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잘 간다."
얼마 전, 가정예배 시간이었다. 예배 시작만하면 큰 아이의 눈은 이미 반이 감겨있었다. 애써 졸음을 참으며 찬송도 부르고 대답도 하지만 그 모습이 어떤 날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버티는 모습이 대견했다. 몇 달 전부터는 성가대 봉사를 스스로 시작했다. 엊저녁 마트에 다녀 오는 길 큰 녀석은 교회 선생님께 성가대 연습에 관한 카톡을 받고는 투덜대었다.
"중학생이 되니까 모든 게 다 어려워진 것 같아"
"왜 그런 줄 알아? 네가 어릴 때는 엄마가 해주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네 책임이 늘어나서 그래."
"아휴! 공부만 어려워진 게 아니고, 동아리 운동도 그렇고, 교회 봉사도 그렇고..."
"그럼, 교회 봉사는 나중에 할래?"
아이 믿음 성장에 교회 봉사가 억지가 되어 해를 줄까봐 노파심에 말을 건내보았다.
그런데 큰 아이는
"안돼. 이거라도 안하면 난 안돼. 전도도 못하는데 천국에 뭘로 저축을 해. 이렇게라도 미리 미리 쌓아놔야지."
대견스러웠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신다. 부모로서 재촉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피가나도 두발 자전거를 타겠다는 의지로 아이가 버티는 동안 나도 뒤에서 버텨주면 아이는 어느 순간 스스로 할 수 있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
뭐든 그렇다. 아이가 견뎌주는 동안 나도 견뎌주면 된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두 발 자전거가 아니라 세상을 홀로 걷기 위한 독립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견뎌주어야 한다. 아이가 숟가락질을 하기 위해 만번의 수저를 쥐고, 걸음마를 떼기 위해 수도 없이 넘어지고,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위해 무릎이 까지고, 목표를 찾기 위해 방황하고, 부모에게서 떠나 한 사람의 인격체로 스스로 살기 위해 수도 없는 도전을 하는 그 시간을 부모가 같이 견뎌주면 된다.그리고 깨어있는 영혼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견뎌주어야 한다.
하나님을 알고 싶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믿음의 자녀로 성장케하기위해 부모로서 사명감을 갖고 말씀따라 살고 그 말씀을 지키며 매일 기도하고 찬송하고 또 인내하며 그 삶을 반복적으로 영위하면서 아이가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랄 수 있도록 지루할 것 같은 양육의 시간을 즐김으로 견뎌야 한다.
아이들을 믿음으로 양육할 때, 결코 포기하지 말기를 .....
밭 작물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 다르며, 같은 날 씨를 뿌렸다해도 땅을 뚫고 움트는 시기가 다 다르다.
따가운 햇볕에도 비바람에도 꺽이지 않으려면 여린 뿌리였을 때 잡초를 뽑아주고 물을 주고 보듬어주는 매일의 농부의 수고가 필요하다.
그런 농부의 발걸음이 필요치 않은 어느 날은 반드시 온다. 홀로 뿌리를 내리고 단단해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