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the time.

짬을 내다: 바쁜 와중에서도 시간을 내다. 틈틈이 어떤 일을 하다.

by MAMA

"I woke up at a good time today for school. So I didn't miss the bus."

"Someone told me that my hair looked really pretty today."

"There was a new girl at school today and I think I made a new friend."

"I got 100% on my German test today."

"Um I think the best part of my day. Today was seeing all my teachers like come to school and be happy to see us and like smiling."

"We went to pilates this morning."

"I finally got a girl friend."

"The good thing that happend to me. Today was Miss Gate she complimented my art work."

"I got to sleep in until like noon yesterday and I watched a movie with my mom. "



회사에 오자마자 회사 이메일을 먼저 체크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 유학시절부터 보던 NBC TODAY SHOW를 켠다. 3층 자재실에 혼자 있다보니 종일 적막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할 겸 종일 틀어 놓고 있다. 워낙 영어 뉴스 시청이 습관화 되어 있다보니 하루라도 놓치면 밤 사이 무슨 소식들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손과 눈이 먼저 움직인다. 귀로는 뉴스를 듣고 있고 눈으로는 발주서들을 확인 한 후, 출력하고 발주 된 품목들의 재고량들을 확인 한 다음 관련 담당자들에게 카톡을 보내서 발주할 품목들의 견적 요청을 준비하게금 한다.


난 지극히 보수성형이나 뉴스에 따른 정치성향을 알기도 전 ‘나 홀로 집에’ 에 등장하는 큰 크리스마스트리 앞의 록펠러센터에서 HODA 와 SAVANNAH가 뉴스를 진행한 날부터 시청하기 시작했었다. HODA는 올해 은퇴를 했다. 그녀에게는 입양 한 두 딸을 잘 기르고 싶은 엄마로서의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그 동안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뒤로하고 떠났다. HODA와 JENNA라는 코너에서 9년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조지 W부시 전 미대통령의 딸 JENNA는 HODA가 떠나는 날 엄청 울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HODA는 떠났지만 17년동안 봐오던 기상캐스터 할아버지는 무릎수술을 했었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시고, 단짝 SAVANNAH는 여전히 메인 엥커자리를 지키고 있다. JENNA는 한 동안 슬픔을 잊지 못하는 듯 했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웃음으로 빛내고 있다.


이 맘 때 즈음이면, 매년 미국 전역에서 최고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뽑은 후 록펠러 센터 앞에 세운 후 분주히 장식하고 있다. 출연진들이 앉아 있는 1층 뉴스룸 통창 뒤로는 많은 이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보이고 트리를 세우는 모습도 보인다. 연말이 주는 아쉬움, 따뜻함, 애잔함, 설렘 등의 크리스마스 트리의 오렌지 불빛같은 감정들이 가슴에 전해진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비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오너먼트들이 대부분 중국산인데 관세로 인해 20-30% 오를 것으로 예상되어 조금 일찍 준비하라고 권하였다. 그 외에 미국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공항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땡쓰기빙을 앞둔 명절 대 이동을 위한 항공 운항편의 결항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아틀란타에 혹한 겨울 날씨 이상 기후를 보도했다. 대한민국에 일어나는 일들은 다 알지 못하지만 17년 동안 매일 난 시애틀에 있는 듯 미국 곳곳의 사정은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오늘의 소식 중 눈길을 사로 잡았던 뉴스는 어느 중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을 나누는 동영상이 보여준 행복에 관한 소식이었다. 중학교 내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했다. 학생들이 복도를 오고 가면서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되었다. 그 장명을 녹화한 영상이었는데 뉴스 출연진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아이들이 말한 행복이란......


아침에 늦잠을 자지 않아서 학교에 지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아이.

누군가 자신의 머리가 오늘 정말 예쁘다고 했다고 입이 귀에 걸린 아이.

학교에 새로운 아이가 전학 왔는데 친구가 되었다는 아이.

독일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아이.

선생님들이 매일 웃어줘서 행복하다는 아이.

아침에 필라테스를 가셨다는 여선생님들.

마침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고백한 아이.

자신의 미술작품을 선생님이 칭찬해주셨다는 아이.

어제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엄마랑 영화를 봤다는 아이.


아이들은 대단한 것을 행복이라 여기지 않았다.


동영상에 나온 아이들의 얼굴은 수줍지만 자신의 행복을 감추지 않고 눈, 코, 입, 모든 근육을 써서 미소짓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행복한가 생각 해 보았다. 엊저녁부터 막둥이는 열이 났다. 교내에 독감이 돌고 있어 결석한 아이가 몇 있었던 모양으로 보아 독감인 듯 했다.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차에 싣고는 소아과로 달렸다. 6시 15분까지 접수하면 진료받을 수 있다는 간호사 선생님과의 통화 후, 아이를 다그쳐 병원을 데려갔다. 독감 검사를 했는데 줄이 아주 희미했다. 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의사선생님은 발열한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의료진의 눈으로는 아주 희미하지만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이기 때문에 내일 다시 오시면 무료로 독감검사를 진행한 후 독감 수액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막둥이가 워낙 독감을 심하게 앓은터라 막둥이가 아프다는 전화 한 통에 업무 중에도 퇴근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가리라 악셀을 밟아 달렸다. 집에 와서 밥을 대충 해 먹이고 해열제를 먹인 후, 재웠다.


어제 그런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출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한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혜성아! 마트야. 오늘 배추 세일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 사람들 엄청 많아. 배추 엄마가 사줄게 몇 망 살까? 여기 다섯 망 남았아. 배추가 아주 좋아.”

“엄마! 배추? 나 업무 중이야. “

“배추가 아주 싸다니까. 세 포기에 6천원도 안 해. 사 놓을게.”


발주서 납품 준비로 정신이 없었는데 엄마랑 통화 후 더 정신이 없었다. 엄마는 그 후로 몇 통이나 전화를 더 하셨다. 결국, 배추를 사서 여든 아버지가 싣고 오셨고, 야근 후 퇴근 길에 남편이 친정에 들러 배추 세포기 들이 다섯망과 무 다발들을 낑낑대며 갖고 들어왔다. 한 숨 쉴 시간이 없었다. 배추가 싱싱할 때 김장을 담궈야한다는 굳은 결심으로 밤 9시 넘어 15포기를 절이기 시작했다.


하루가 너무 버거웠다. 막둥이는 아프고, 큰 녀석은 내일이 수능이라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늦게까지 TV를 보겠다는데 엄마 일해야 한다면서 얼른 씻고 자라고 잔소리를 했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아니, 행복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 잘 때, 누워 숨을 쉬자니 한 숨이 연거푸 나왔다. 허리도 아프고 밥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허기가 졌고 내일 아이 때문이라도 반차를 내야 했지만 어떻게 김장을 혼자 담글까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았다. 갑자기 떠 안겨진 배추가 원망스러웠지만 잘 절여질까 걱정이 되었다. 이 놈의 김치는 안 담그고 안 먹자니 없으면 안 되겠고, 사 먹자니 비싸고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아침이 왔다. 아이는 여전히 나아지질 않았지만, 그 놈의 배추들은 아주 잘 절여지고 있었다. 다행히 반차를 낼 수 있었고, 나머지 김장재료를 사기 전에 막둥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예정이고, 큰 아이를 데리고 김장을 잘 담글 예정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17년동안 시청한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고,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고 아이가 먹을 음식에 대한 애정을 쏟는 것이고, 엄마가 떠 안겨 준 배추라도 순종함으로 기쁘게 화답하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던 남학생처럼 우리 딸에게도 남자친구가 생기길 바라고, 늘 공부 잘하는 우리 딸들이지만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으면 좋겠고, 새로운 친구를 사귐에 설레길 기도하고, 아이들을 향해 웃어주는 선생님을 만나길 소망하며, 어느 날은 늦잠을 자고 영화 한 편 같이 보며 침대에서 뒹굴면 좋겠다. 행복이 별 거 아닌데 하루가 버거운 요즘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여전히 난 행복을 위해 살고 있었다. 다만, 잠깐이라도 행복에 젖는 짬이 없었을 뿐....짬을 내어 행복을 느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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