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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Sep 11. 2024

드디어 시작된 영주권: 주정부 인비테이션

21. 베짱이 이민 컨설턴트

PGWP가 안 나올 경우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아이엘츠 아카데믹을 공부했던 나는 종이 시험지를 풀고 심사관과 대면한 스피킹 테스트 훈련을 했었다. 아이엘츠보다 셀핍이 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영주권 영어는 셀핍을 하기로 했지만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 좀처럼 익숙하지가 않았다.


*PGWP(Post Graduation Work Permit): 대학 졸업 후 받는 오픈 워킹 비자
*CELPIP(Canadian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Index Program): 캐나다가 UBC와 함께 개발한 영어능력 평가시험으로 IELTS General과 함께 이민을 위해 인정하는 공식 영어 점수


리딩을 할 때면 단락마다 요약을 해두고 핵심 단어나 문장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줄 긋기를 해두는데 컴퓨터로 하는 리딩은 지문에 표시를 해둘 수가 없다. 문제에 해당하는 지문을 찾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훑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 단락이 쉽게 찾아지지 않으면 곧 긴장이 됐다. 모니터에 대고 혼자 하는 스피킹 역시 영 어색해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했다. 라이팅과 리스닝은 컴퓨터로 하는 게 훨씬 수월했지만 그사이 난이도가 높아진 건지 셀핍은 만만한 시험이 아니었다.


첫 번째 셀핍 테스트에서 난 보기 좋게 실패했다. 리딩, 라이팅, 리스닝은 내가 필요한 7점이 넘었지만 스피킹에서 6점을 받았다. 셀핍 규정상 한 달 이내에는 시험을 다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다음 시험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두 번째 셀핍을 기다리던 중 신청했던 LMIA 비자가 나왔다. 학력인증도 승인이 났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영어점수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LMIA(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고용주가 노동부에 받는 허가. LMIA 승인 후 이민국에 비자 신청을 하면 된다.


번째 시험이라고 스피킹이 훨씬 편해졌다. 모니터를 보며 말하는 걸 어색해하지 않기 위해 혼잣말을 하고 틈나는 대로 손거울을 펼쳐 들었다. 스피킹을 하는 거울 속 나를 바라보고, 내가 말하는 걸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며 훈련을 했던 게 도움이 된 듯했다. 첫 시험과 비교했을 때 스피킹이 잘 돼서 7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엔 유독 어려웠던 리딩 점수가 걱정이 다.


결과는 또 실패였다. 걱정이 됐던 리딩은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고 라이팅과 리스닝도 7점이 넘었다. 그런데 스피킹에서 다시 6점이 나왔다. 재시험을 위해 한 달을 또 기다려야 하다니... 좌절이 느껴지면서 일찍 시험준비를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됐다.


스피킹 점수에 납득이 가지 않았던 나는 1~2주의 시간이 걸리는 재평가 신청을 했다. 재평가는 복수의 심사관이 녹음된 나의 스피킹 테스트를 돌려 듣고 다시 점수를 매기는 과정이다. 비용이 들지만 나에게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더 중요했다. 재평가가 받아들여지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고 실패한다면 그때 시험 예약을 하면 . 

나의 재평가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드디어 영어 점수를 만들었다. 출근길 버스에서 알림을 받고 셀핍 계정에 들어가 업데이트된 나의 영어 점수를 보니 앞으로 8개월, 길어도 10개월 견뎌내면 된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이로써 나는 모든 준비가 됐다.




나에게 고용주를 소개해 주고 LMIA 비자를 도와줬던 이주공사와는 영주권을 같이 하지 않기로 했다. 언니네 비자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 처리가 매끄럽지 않아 소개해 준 내가 중간에서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으로부터 다른 이민 컨설턴트를 소개받았다. 젊고 똑똑하믿을만하다고 했다. 한 가게에서 일을 하니 같은 이민 컨설턴트와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원은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했지만 영주권 신청까지 한참을 더 가야 했다. 가게에서 영주권이 들어가는 건 내가 처음이기 때문에 내 일이 잘 풀려야 다. 앞선 신청자의 진행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뒤에 신청이 들어가는 직원들도 꼬이는 경우가 많이 다.


그 이주공사는 내가 살던 콘도에서 도보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사무실이 있었다. 언니도 다른 이주공사를 알아보고 있던 터라 우리는 같이 상담을 했다. 

2017년 2월 초, 나는 그 사람과 계약을 하고 계약금 50%를 지급했다. 어떤 서류를 보내줘야 하는지 목록을 요청해 두었지만 계약금 지급 후 한동안 연락이 안 되던 그 이민 컨설턴트는 2월 말이 되어 이메일을 보내다. 그동안 몸이 아팠다며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3월 8일 수요일, 주정부 추첨이 있었다. 내가 들어갈 EEBC Skilled Worker의 추첨 점수는 90점이었다. 추첨 점수를 상회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날 인비테이션을 받지 못했다. 집 근처에 있는 펍에서 그 사람이 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는 걸 언니를 통해 여러 차례 들은 후였다.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2017년 3월 BC PNP 추첨 현황
EEBC는 연방과 주정부가 결합된 이민이다. 연방 풀인 EE(Express Entry)에 먼저 프로필을 올린 후 BC PNP를 거쳐 최종 연방 승인을 받게 된다.


다음번 추첨은 꼭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술을 먹고 있는 모습이 언니의 눈에 띄었고 나는 3월 22일 추첨도 받지 못했다.


돈을 받고 이래도 되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화도 났다. 가게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풀에 정보를 올려주길 기다리며 마냥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급한 건 나지 그 사람이 아니었다.


PGWP 신청을 하면서 이민부 계정이 있었던 나는 그날밤 연방 이민 풀(Express Entry, EE)에 내 정보를 직접 올렸다. 연방 풀에 올라간 나의 정보들은 '사실과 다름없음'에 기반한 것으로 당장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서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프로필을 올린 다음 날 연방으로부터 내 신청서가 받아들여졌다는 확인 이메일이 왔다.


연방 풀에 올려졌다는 확인 이메일


연방으로부터 메일을 받고 난 후 그 사람은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며 BC PNP(BC 주정부 노미니 프로그램)에 내 프로필을 바로 올리겠다고 또 약속을 한다. 신뢰가 깨졌지만 내 미래가 걸린 중요한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 부탁하고 한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아무런 연락 없이 열흘이 지나갔다. 혹시나 해서 주정부 이민 사이트 계정 기에 내 정보를 넣어봤다. 여권번호도, 생년월일도, 이름도, 이메일 주소도, 어떤 걸 넣어봐도 정보가 없다고 나온다. 계정조차 만들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더 이상 이 사람을 믿고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베짱이 이민 컨설턴트를 고용한 거다.


추첨이 예상되던 주 월요일 밤, 퇴근 후 주정부 이민 사이트에 계정을 만들고 내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연방과 다르게 넣어야 할 내용들이 구체적이고 훨씬 많았다. 100쪽이 넘는 BC PNP 가이드라인을 이틀밤을 새워 꼼꼼히 읽고 궁금한 것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찾아봐가며 신청서를 작성해 나갔다. 4월 5일 수요일 새벽,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날 오전, 예상대로 주정부 추첨이 있었다. 내가 신청한 EEBC Skilled Worker의 추첨 점수는 85점이었고 나는 109점으로 인비테이션을 받았다. 서류 제출과 신청비 결제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2017년 4월 5일 BC PNP 추첨 현황
BC PNP 인비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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