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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Oct 13. 2024

캐나다 도서관에 한국책이 많아졌으면

부러운 희망도서 제도


이번 주는 화창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해가 있어도 바람은 제법 차 기온이 20도 아래에 머물러 있지만 다음 주부터 비가 이어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허탕을 치지 않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기 전 문을 열었는지 확인을 해둔다. 이 도서관은 처음이라 얼마 큼의 한국책이 있을지 모르겠다. 권의 책을 담아 올 요량으로 가방을 챙겨 둘러매고 집을 나서 천천히 걸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평일에 오니 북적이지 않아 좋다. 밴쿠버 공공도서관과는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많이 다르다. 현대적인 건물에 내부도 깔끔하고 필요한 것들만 군더더기 없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공간이 커서인지 아직 책을 채우고 있는 중인지 책장마다 빈 곳이 보인다.



이 넓은 공간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World Languages> 코너. 그리 크지 않은 이 코너에 과연 한국책은 얼마나 있을까. 수많은 언어 중 한 섹션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Korean'. 한국책들이 고작 세 칸에 걸쳐 진열되어 있다. 그나마 세 칸 중 절반은 비어있는 걸 보니 약간의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것도 어딘가 싶다가도 마음이 곧 허해진다.


내지가 누렇게 된 종이만큼이나 오래된 서적들. 낯익은 작가들의 책이 보인다. 대부분 2010년대 작품들이다. 그중 유독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는 유일한 2020년대 책은 2023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뿐다. 


도서관 World Languages 코너의 한국책 섹션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래칸에 진열된 책들을 훑다 보니 한강 작가』이 눈에 띈다. 두껍지 않고 크기가 작아 그보다 큰 책들 사이에 끼어 몸을 움츠리고 다. 몇 권의 책을 골라 햇볕이 드는 창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학창 시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던 때가 생각난다. 큰 도서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으로 조용할 때가 없었던 내 기억 속의 도서관 풍경. 오늘 이곳을 채우고 있는 건 조용히 책을 읽는 어르신들과 과제를 하고 있는 몇몇 어린 학생들 뿐이다.


도서관에서 찾은 한강 작가의 흰


온라인으로 보니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번역본 『We do not part』가 '주문 중(on order)'다. 지난주부터 주문 중으로 보였던 터라 사서에게 가서 예약이 되는지 물어보았다. 친절히 예약을 도와주며 책은 내년에 온다고 려준다. 한글본이 있는지 물어보니 다른 도서관에 카피*가 있다고 한다. 카피? 카피면 복사본? 복사는 저작권상 금지인데 합법적으로 가능한 절차를 거쳐 카피본을 제공하는 거겠지? 카피본이 있는 도서관 위치를 물어보니 원하면 이곳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책이 도착하면 문자 알림을 주겠다고 하니 곧 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글 카피본을 받게 될 테니 번역본을 취소하려는 사서에게 그대로 예약을 유지해 달라고 했다. 한글로 번역된 외국 서적들을 읽다 보면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문맥이 끊어질 때가 있다. 한국 작가의 글을 영문번역본으로 읽어본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고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번역 작품을 읽어보고 싶기도 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받을 때 영문 번역을 한 데보라 스미스도 함께 상을 받았다. 번역가는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를 함께 번역한다. 번역가의 역량이 이토록 중요하니 같이 상을 주는 이유일테고, 원작의 맛을 살려내는 번역이 없다면 다양한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번역본에서 한강 작가의 메시지와 문체들이 영어로 어떻게 살아나는지 궁금하다.


대출 요청이 많은 책을 소개하는 코너


한강 작가의 책에 대해 묻고 있는데 사서의 표정에 변화가 없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을 때, 오징어게임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을 때, BTS가 빌보드를 점령했을 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었다. 캐네디언의 특성이라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축하해 오고도 남을 일인 모르는 게 분명하다. 간지러운 내 입이 먼저 말을 꺼내본다. 눈이 동그래져 당황한 표정의 사서. 역시 모르고 있다. 도서관 사서가 어떻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곧이어 노벨문학상 소식을 몰랐다며 책을 더 주문해 놓아야겠다는 사서의 말이 이어졌다. 요구가 많을 테니 다양하게 많이 주문해 달라는 말을 덧붙이며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내려오는 길에 일층을 보니 <Holds Pick-up> 코너가 있다. 예약된 책들이 간단히 포장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카피본이 이곳에서 이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예약해 둔 책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픽업 섹션


읽고 싶은 몇몇 책들이 모두 먼 곳에 있어 실망스러웠는데 가까운 도서관으로 픽업 신청을 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할 것 같다. 반납도 아무 도서관에서나 가능하다니 편리하기도 하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책장이 아마도 이렇게 드나드는 책들이 있기 때문 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책이 있으면 도서관을 통해 구매 신청도 있다고 한다.


원작이든 번역서든 한국책들이 캐나다 도서관에 더 많이 들어오기를 희망해 본다. 한국의 희망도서 제도는 볼 때마다 부럽다. 찾는 사람이 있으면 이곳에도 한국작가의 책이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보고 싶은 책들을 적극적으로 물어봐야겠다.

 





*짝꿍에게 물어보니 책을 카피라고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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