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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Aug 31. 2024

캐나다의 팁 문화는 폐지될까?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예민한 팁

캐나다의 문화 중 하나인 팁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는 연일 껑충껑충 뛰어오르는데 월급은 1년에 한 번, 인플레이션 요율에 훨씬 못 미치게 오른다. 월급 받아서 월세나 모기지, 차량 유지비, 보험료,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서 적자가 안 나면 고마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식비는 꾸준히 오르고 여기에 팁까지 낸다는 건 나에게도 많은 부담이다.


요즘 점심도 20불은 든다. 점심 메뉴가 저렴해도 15불에서 18불 정도 선인데 여기에 세금 5%가 붙고 팁까지 내면 20불로도 먹을 수 있는 게 사실 많지 않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 모임을 하면 1인당 35불에서 50불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캐나다 주(province) 및 준주(territory) 별 세금 ©sufio.com
*GST(Goods and Sales Tax): 상품과 서비스에 부과되는 연방 세금
*PST(Provincial Sales Tax): 자치정부를 두고 있는 주(province)에서 징수하는 소매세
*HST(Harmonized Sales Tax): GST와 PST를 통합해 징수하는 세금으로 5개 주에서 시행


가장 팁을 많이 쓰는 곳은 당연히 레스토랑이다. 2013년, 내가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카드단말기 최소 팁이 8%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10%가 되고 12%, 15%가 되더니 이제는 미니멈 팁 18%가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어느 분노에 찬 사람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아이 포함해 4명이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계산서에는 15%의 gratitude가 들어가 있다. Gratitude는 식사 인원이 10명 정도 또는 그 이상인 그룹에게 사실상 '강제로 적용되는 팁'이다. 맨 아래 부분을 보면 gratitude가 포함되어 있고 꼭 내야 하는 건 아니니 서버에게 얘기하라는 거다.


계산서를 받으면 보통은 주문한 게 맞게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총금액은 얼마가 나왔는지를 본다. 계산서 아래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내용까지 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한다. 보더라도 직원을 불러서 gratitude를 뺀 계산서를 달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


가족모임으로 최근 레스토랑에 갔을 때 우리 계산서에도 18%의 gratitude가 적용되어 있었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 그걸 모르고 거기에 또 팁을 셨다. Gratitude가 포함되어 있어도 카드단말기에는 팁 옵션이 뜨고 기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단말기에 떠있는 몇 개의 % 중 하나를 골라 누르게 된다. 한두 시간 앉아서 하는 한 끼 식사비가 350불이 나왔는데 팁을 포함하니 500불넘게 결제되었다. 결제를 한 후에야 gratitude가 이미 포함돼 있다는 걸 알았다.


카드단말기에 팁이 있는 건 레스토랑만이 아니다. 나를 가장 곤란하게 하는 팁은 미용실에 갈 때다. 뿌리 염색 한 번에 100불이 넘어서 보통은 세일할 때 7-8불을 주고 약을 사서 셀프 염색을 하는데 한 번씩 그게 너무 큰 일처럼 느껴져 샵에 갈 때가 있다. 염색에 펌이라도 하고 머리 손질을 한다 하면 300불은 우습게 나온다. 미용은 식당과 달리 GST 5%와 PST 7%, 총 12%의 세금이 붙는다. 친절한 헤어디자이너가 배웅을 주며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계산하는 내 옆에 서 있으면 팁을 건너뛰기가 참 어렵다. 


서버들의 수입은 상상 이상이다. 캐나다 어느 레스토랑이나 펍을 가도 연세 지긋한 서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몰랐을 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팁 수입 때문에 계속 서빙을 하는 경우다. 세컨드 잡으로 파트타임 서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급을 제외하고도 하루에 몇백 불씩 추가 수입이 생기는 일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기본 시급을 받고 일을 하는 서비스업종은 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류를 다루는 사업장 직원의 기본 시급은 더 낮다. 팁을 주수입의 일부로 고려해 기본 시급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방실방실 웃으며 상냥하던 직원이 팁에 따라 순식간에 태도가 바뀌는 걸 종종 본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예민해지는 팁 문화. 

주는 사람은 부담스럽지만 받는 사람은 행복한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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