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살아남기 - 실밥 뽑기
이마, 손가락, 다리를 꿰매었던 실밥
실밥을 볼 때마다의 안타까움
뻴 때의 따끔함, 찡그림, 진땀
낙상사고 후 얼굴에 피가 떨어졌다. 이마가 찢어져 흘린 피였다. 서귀포의료원에서 내 생애 처음 피부를 꿰매었다. 이어서 부러진 다리의 벌어진 피부도 꿰매고 수원으로 와서 경골금속판고정 수술 후 다시 꿰매었다. 새끼손가락도 힘줄 연결 수술 후 꿰매었다.
병실에서 이마의 실밥을 뽑을 때는 따끔했다. 그런데 통깁스 전 다리의 실밥을 뽑을 때는 아파서 진땀을 흘렸다. 퇴원 후 1차 통원치료 때 실밥과 소독약이 엉겨 붙어 딱딱해진 실밥을 주치의가 핀셋으로 뜯을 때마다 얼굴을 찡그렸다.
새끼손가락의 실밥 자국이 제일 문제이다. 손을 펼 때마다 그 흔적이 보기 싫고 손가락 관절의 꺾임을 방해하고 있다. 언젠가 실고사리의 포자낭군을 보고 새끼손가락의 수술한 형태를 떠올렸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을 맞서는 저항입니다.
(걷기의 인문학 / 리베카 솔릿)
정강이뼈 수술의 재활이 관건이다. 예상보다 뼈가 붙은 시간이 길어진다. 걷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목발 연습길이다. 언제 걸어가는 바늘이 될까? 바늘로 콕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이여! 시간이 약이란 처방을 믿을 수밖에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