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족제비고사리 - 2색성 비늘
산속은 코로나로부터 해방된 세상
마스크 없이 얼굴 들이밀다 새순에게 한마디 들었다.
"코로나 걸려요. 저리 비키세요"
나의 양치식물 도전은 코로나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코로나 시절
홀로 산속에서 마스크 없이 양치식물을 탐사했다.
깊은 계곡 바위 아래 고사리 새순이 올라왔다.
순간, 새순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마스크 모습에 흥분하여 공들여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고사리 이름을 모르니 그림의 떡이었다.
이름을 모른 채 코로나도 끝나고 이젠 됐다 싶었는데
덜컥 낙상사고라는 덫에 걸렸다.
재활하며 2년이 흘러 제주살이 막바지
못 오른 오름을 오르면서 그곳을 거쳤다.
고사리 새순을 찍던 곳을 찾아 고사리 잎을 살폈다.
그리고 줄기 1개를 뜯어 역광으로 비늘을 확인했다.
앗! 반짝이는 이색성 비늘에 온몸의 세포가 들고일어난다.
찾고 찾았던 애기족제고사리의 비늘이었다.
족제비고사리는 엽신의 모양이 족제비 가죽을 걸어놓은 모습이다.
그중 애기족제비고사리는 "비늘조각은 검은색이나 가장자리는 연갈색이다"라고 도감은 설명한다.
즉, 애기족제비고사리는 "비늘조각이 2색성"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비늘조각 2색성을 찾으려고 애기족제비고사리를 볼 때마다 비늘을 확인하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 어두운 숲 속이라 2색성을 보기 어려웠다.
또한 비늘에 잡티가 묻어있으면 더 확인하기 어렵다.
9월의 애기족제비고사리는 싱싱한 비늘을 갖고 있었고
마침 햇빛이 들어와 2색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운은 인연이 닿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다.
고사리를 보고, 어떤 특징을 발견한다는 것은
노력과 열정도 필요하지만 인연도 닿아야 한다.
고사리는 찍었으나 이름을 몰라 방치하다 잊힌 사진도 많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흥미를 갖고 노력해도 어려운 이름이다.
애기족제비고사리 이름을 불러주니 새순이 마음을 풀었다.
내가 마스크 쓰지 않았다고 심술부리던 그 새순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님의 시어가 애기족제비고사리 새순에 살포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