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현선 Jun 08. 2024

미술은 놀이

놀이의 마법

상가의 통유리 창문은 그 상가의 목적에 맞게 홍보용으로 활용하기 좋은 벽면이다. 나 역시 그림을 붙여 여기가 미술 학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SNS를 보다가 어느 학원 선생님이 아이들이 저마다 색으로 그린 조그마한 그림을 창문에 붙여놓은 모습을 보았는데 너무 재밌어 보였다. 우리 학원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고학년 몇몇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좋아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서서히 그림들에 이야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동물을 그렸는데, 한 아이가 현실 속 동물과 비현실 속 동물을 함께 그려보자고 제안을 했다. 다른 아이들도 이에 동참하여 두 개의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고, 그 이야기를 창문에 담기 시작했다.


선생님으로서 순간 ‘앗! 주도권이 너희들에게 갔구나’라는 생각에 당황했다가 신이 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바로 마음이 놓였다.


두 세상의 이야기를 창조해 나가면서  점점 아이들은 그 이야기에 몰입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재밌게 놀이처럼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리니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두려워하던 친구들도 겁내지 않고 스스럼없이 쓱쓱 그림을 그렸다.


학년이 다른 아이들 여럿이 있다 보면 내 그림에 자신감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놀이처럼 즐겁게 그림을 그려나간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그린 그림들을 서로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마음이 들었다.


행위가 놀이가 되고 즐거워지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그건 바로 자신의 그림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위축되는 모습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태도와 용기가 아닐까 싶다. 이건 놀이의 경험을 해보고 그 놀이를 바라봤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보통 미술 놀이는 유치원 시절에만 하는 행위로 생각이 된다. 하지만 유아부터 성인까지 미술로 놀 수 있다면 세상엔 지금보다 반짝이는 창작물이 더 많이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미술을 학습이 아닌 놀이로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 앞으로도 미술로 잘 놀고 싶은 어른이다.

이전 09화 그림은 언제나 자유롭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