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모습을 만나는 행운
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아이가 있다. 처음 만난 건 미술학원을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언니를 따라다닐 때였다. 그 아이는 얼마나 개구쟁이 었는지 학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느 날 그 꼬마는 7살이 되어 언니 손을 잡고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 종종 짓궂은 모습을 보였고, 호불호가 분명했다. 하지만 여러 번 수업을 하면서 정말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좋아하는 주제, 특히 만들기 관련된 과제를 주면, 아이는 놀라운 집중력과 뛰어난 손재주를 발휘했다. 또한, 자신의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만들기 수업을 매우 즐겼다.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만들기 수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이의 확고한 취향과 재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께서 아이의 성질을 잘 알고 계셨고 자유로운 수업을 바라셨기 때문이다. 단지 아이가 행복해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만으로도 만족하시는 듯했다.
그런 시간을 여러 해 보내며 아이는 이제 5학년이 되었다. 5학년이라고 하면 고학년으로 다 큰 아이 같지만, 사실 아직 매우 어린 나이다. 그 아이는 지금도 미술을 학습적으로 배우기보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만들기를 하고, 인물을 그리고 싶을 때는 인물화를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정확하게 갖춰진 체계와 틀을 선호한다. 특히 학습에 있어서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거나 체계가 없다고 하면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체계와 틀이 중요하지만, 즉흥적인 요구를 수용하고 자유롭게 배울 때 종종 예상치 못한 통찰과 창의성이 담긴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기술적인 배움만 있었다면 미술에 대한 소중한 애정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미술에 있어서 자유를 주어서인지 미술을 좋아하는 모습이 아이에게서 늘 보인다. 특히 하굣길에 들리고 지나가다 들리는 아이의 모습에서 미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분야에 애정을 느껴본 경험은 훗날 또 다른 대상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사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짧은 어린 시절 동안 나다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어른과 함께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나도 아이들을 바라볼 때 욕심이 나고,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더 푸시하고 무언가를 더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스스로 바라보고, 아이의 모습 그 자체와 그 시절의 작품을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나다운 모습으로 미술을 만나는 행운 가득한 그 아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