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술대회는 나가자!
미술교육을 전공한 후 미술 선생님이 되고, 또 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미술에서 생각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순수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건 이미 공연한 사실이지만 사실 많은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자유로움을 어려워한다.
현재 교육에서 아이들의 표현의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학년마다 따라야 하는 특정 학습 내용이 있고, 특히 학교에서는 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는 법칙 아닌 법칙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칙들 때문에 아이들이 자유로운 표현을 억제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미술만큼은 자유를 주고 싶었다. 미술 안에서의 자유로움이 어려운 나였지만 그 자유를 느꼈을 때의 행복감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유로움 안에서 즐겁게 표현하면서 미술이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가 처음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처음 결심했던 그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었다. 규칙을 주기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전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다양한 아이들의 속에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아이가 조금 특별했으면, 특히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니 미술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내내 상을 받기 위해 아이와 대회에 나가고 대회에서만큼은 아이에게 모진 평가도 서슴지 않았다. 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상을 타면 자신감을 얻고 더 좋아할 거라는 나만의 착각을 했다. 그것 또한 나중에 변질이 되어 내 마음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이는 그 당시에 큰 상을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아이는 전혀 즐거워하지 않고 무덤덤했다. 지금 와서 말하길 어린 시절 안 좋은 기억 중 하나가 미술대회였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 아이가 성인이 된 이 시점 그때 받은 상이 아이에게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아이에겐 독이었고 엄마인 나의 만족으로 끝나버린 결과였다.
다행히도 대회준비를 제외한 미술시간에는 자유롭게 두었기 때문에 지금도 미술을 좋아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술선생님으로 겪은 시행착오로 나의 아이에게는 좋은 미술을 경험해주고 싶었는데 미술대회의 경험은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때 나의 작은 아이의 엄마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엄마생각에 미술은 답이 없단다. 미술에 순위를 매기고 상을 주는 건 올바른 건 아닌 것 같아. 너의 그림은 그 자체로 훌륭하고 존중받을 수 있단다. 너의 생각을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