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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선 May 19. 2024

귀여운 약속

선생님 꼭 다시 올 거예요

추운 겨울날, 6살 꼬마가 엄마와 함께 들어왔다. 아이는 첫 만남에서 내가 제시한 주제를 싫어하는 듯 한참을 머뭇거렸다. 머뭇거리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룡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룡을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면서 첫 만남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 아이는 그 후에도 오랜 시간 함께했다. 고학년이 되어 바빠진 그 아이는 잠시 쉬겠다며 "선생님, 꼭 다시 올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학원을 떠났다. 문득문득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학년이 높아지면 다시 미술학원을 찾아오기는 어렵다.


어느 날, 중학생이 된 아이가 다시 학원을 찾아왔다. "제가 다시 온다고 했잖아요"라며 밝게 인사하는 그 아이는 지난 시간 동안 함께했던 수업들,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해 주었다. 기억해 주는 모습이 참 애틋하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처음 왔을 때는 형과 누나들 사이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어린 수강생이었던 그 아이는 이제 미술학원의 꼬마들에게 새로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학원이라는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의 실력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 시절 마음에 남는 추억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그림이나 만들기가 못 미덥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은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서 오는 미숙함일 뿐이며 성장하면 개선되는 부분이다.

매주 한 번씩 만나는 반가운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미술로 잘 쉬어가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언제나 미술이 아이 곁에 좋은 친구로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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