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 번째 시
사는 게 이렇게 빡센 거라고
얘기해줬어야죠,소크라테스씨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나요
무리지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추잡한지
인간의 바닥은 끝이 없음을,
진실을 마주하는 일이
때로는 외로움을 삼키는 일이라는 걸
지성을 밥 말아먹은
짐승들이 거리를 채웠습니다
달의 뒷면을 보게 된 순간부터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답이 없는 곳입니다
꿈은 무너지고, 진실은 묻히고,
누군가는 지쳐 주저앉습니다
그러나
모든 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당신은 말했지요
"너 자신을 알라."
하지만 나를 알기 전에
세상이 나를 삼키려 드는군요
내가 스스로를 안다고
달라질게 무어랍니까
소크라테스 씨,
삶이란 게 이렇게 고단한 거라면
철학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악인이 멸망하는
그런 드라마를 꿈꿀 만큼
순진하진 않지만
소크라테스 씨,
그래도 이렇게 그냥 끝나진 않겠죠?
뭔가 반전이 남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