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세 번째 시
안경을 벗으면
세상은 한 걸음 물러선다
모든 것이 부드러워진다
뚜렷한 선은 희미해지고
까칠했던 모서리들이 둥글어진다
빛은 번지고, 그림자는 옅어지고,
그렇게 온순한 형태가 된다
세상은 느리고, 바람은 가볍다
거친 것들은 사라지고,
남은 것들은 가만히
나를 감싸 안는다.
흐릿한 세상 속에서
나는 홀로 미소 짓는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기록함. 세 아이의 아빠, 큰 집으로 이사하기 소망하는 소시민, 좋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사람이고 싶음.